[초대석]문은수 천안시복지재단 이사장
가난했던 시절, 주변 도움으로 의사공부, “받은 것 돌려주고파” 로타리서 18년 봉사
복지재단 출범 3년차 시민모금액 31억원, 의료비·간병비·밑반찬·난방비 등 지원
‘재활’ 뒷받침 노력… 다문화가정도 도움, 어린아이들·어르신 후원금 기억에 남아
어려운 경기 탓 모금 감소 ‘고민할 숙제’, 

▲ 문은수 천안시복지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주요사업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손꼽히는 대형 치과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털보의사’ 문은수 병원장. 그는 바쁜 진료일정 속에도 틈틈이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노숙자, 독거노인 등 사회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문 원장에게 ‘나눔’이란 20대 청춘 때부터 30여년 넘게 습관처럼 해왔던 일이다. 2002년에는 국제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과 인연을 맺고 해외 봉사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클럽회장과 지구 총재를 거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로타리클럽 국제이사를 맡고있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지켜본 지인들은 그를 ‘뼛속까지 로타리인’이라고 말한다. 2016년에는 구본영 천안시장의 핵심 복지정책인 천안시복지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구 시장의 공약사업인 천안시복지재단은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해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천안형 복지모델’을 만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제도권 복지영역에까지 뛰어든 문은수 이사장을 만나 사회복지와 봉사에 대한 그의 철학과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 가정이 무척 어려웠다. 식량배급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했었다. 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조차 없었던 아주 지독히 가난한 시절이었다. 중 고교 때는 학비도 혼자 벌어서 충당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의사의 꿈을 이루기가 어려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의사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모퉁이 모퉁이마다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 그 작은 도움이 저 한데 얼마나 절실한 디딤돌이 되었는지 그때 실감했다. 학생때부터 봉사를 해왔다.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받은 것 되돌려 준다는 마음으로 주로 건강한 신체를 활용한 봉사였다. 그러다 천안에서 의사개업을 하고 경제적 안정을 찾았을 때 제대로 봉사를 해보자는 생각에 국제봉사단체인 로타리클럽에 가입했고, 18년여동안 클럽회장, 지구 총재, 한국코디네이터를 거쳐 지금은 지구촌 220개 나라 로타리클럽 회원중 17명에게만 주어지는 국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봉사는 죽을때까지 해야할 숙명인 것 같다”

-천안시복지재단이 출범 3년째를 맞고 있다. 어떤 동기로 이사장을 맡게 됐나.

“대학 때부터 30여년간 꾸준히 해왔던 봉사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 천안시로부터 처음 제의를 받고 큰 고민 없이 수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맡고보니 어려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시도되는 재단인데다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보편화 돼 있지 않아 이를 설득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특히 공적 복지단체이다 보니 성과에 대한 긴장과 중압감이 늘 머리속에 따라다녔다. 특히 경제가 안 좋은데 사람과 기업들을 찾아가 후원금을 부탁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마다 복지재단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주시는 2200여명의 개미 후원자분들은 복지재단의 존재이유와 미래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재단이 될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재단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절대빈곤을 겪고 있는 분들, 극한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그 고통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관심과 필요한 물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재단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금도 중요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노출이 안되는 분들을 발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복지재단의 역할과 존재를 알리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언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재단은 어려운 이웃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소통할 수 있는 복지사랑방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해온 재단의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면.

“재단은 2016년 3월 천안시가 70억원을 출자해 천안만의 맞춤형 복지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천안시가 출자했지만, 재단운영은 대부분 민간 자율로 움직인다. 출범초기 홍보가 잘 안되다 보니 재단활동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단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시민 모금액도 올해 7월말 현재 누계가 31억원을 넘어섰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시민들이 내준 소중한 후원금은 주로 제도권에서 도움을 받을수 없는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에게 지원됐다. 위기가정에 긴급생계비(월세및 공과금 체납지원)와 의료비를 지원하고, 중증장애인에게는 긴급 야간 간병비라든가 취약계층의 난방비를 지원한다. 어려운 가정을 위해 가족소풍 교통비와 밑반찬을 구입해 지원하기도 한다. 취약계층 아동을 발굴해 문화예술 교육비와 학업장려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재단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아동생활시설에 명절활동비 지원, 장애인 인식개선사업, 폭력피해여성 그룹홈 운영, 무료급식소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출범 첫해인 2016년 357건 1억 7000만원, 2017년 15개사업 8억 8000만원, 올해 7월 현재 11개 사업 4억 9000만원을 지역사회 그늘진 곳에 돌려주었다.”

-재단이 제기능을 하기위해선 자발적 후원금이 매우 중요한데, 모금 환경은 어떤지.

“‘우물이 말라가고 있는데 물을 나눠주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이다.’ 기부금 모금은 재단운영에 아주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다. 지금까지는 재단의 존재와 역할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2016년 출범 첫해 개인 기업 단체들의 관심으로 7개월 만에 14억 7100만원을 모금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17년 12억 8000만원에 이어 올해는 7월까지 3억 6000만원이 모금돼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나라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강한데다, 복지재단의 홍보가 아직도 미흡했던 것 같다. 기부문화에 대한 시민 인식이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은 현실적 문제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이면서 개인적으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물론 급한 사람들은 돕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시적 처방식 도움이 아니라 그들이 재활해 도움이 되는 근원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동안 개인 기관 등을 통해 연결됐던 복지나눔 봉사는 성과는 있었으나 지속적인 동력은 없었던 것 같다.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재단은 민과 관이 함께 하다보니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움을 받는 분들이 반복되고 있는 근원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복지의 선순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는.

“아주 많다. 특히 어렵게 오랫동안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은 동전꾸러미를 후원금으로 내겠다고 재단사무실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후원금이 모두 소중하지만 특히 아이들의 정성이 담긴 후원금은 더욱 애착이 가고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아주 고맙게 쓰여지고 있다. 기억이 남는 후원자는 연세가 90세가 넘은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의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이 사회사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들의 소중한 뜻을 담아 기부금을 가져 오셔가지고 아주 고맙게 받기도했다. 그땐 ‘이 일을 맡기가 참 잘했다’라는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또 2016년에는 80세를 맞이한 어르신이 자신의 팔순잔치를 위해 마련한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천안시복지재단에 선뜻 쾌척한 일도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우리나라에 80여만 가정이 다문화다. 사회적인식이 바뀌어 지금은 다문화가정이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안그랬다. 직장에서 홀대받고 가정에서도 폭력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녀들에게 엄마가 외국인이라해서 따돌림까지 당하는 상황이 존재했었다. 그런 상황을 접하면서 다문화가정이 도움이 필요한 받을 곳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들을 돕기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음식, 문화, 생활양식, 자녀 교육방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을 했다. 그랬더니 달라지더라. 교육을 받은 외국인 주부가 초등학교 방과후 원어민 선생으로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이 자기직업을 갖고 가정의 한축으로 생활하고 자녀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다. 우리사회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올여름 폭염이 기세를 부리면서 독거노인들에게 냉방기를 기증한 일이 있었는데, 재단 예산으로는 120여가구에만 도움이 돌아갔다. 그런데 냉방기 지원사업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후원 답지가 십시일반 이어져 추가로 380여 독거 노인 댁에 냉방기를 설치해 드릴 수 있었다. 아주 바람직한 기부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시민 한분 한분의 후원들이 모여 지역사회에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나눠 질 때 생명의 위협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부의 효과다. 해마다 복지예산은 늘고 있지만 아직도 복지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바로 아는 것부터 복지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복지는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관심은 배려이고, 배려는 나눔을 키운다. 천안이 더나은 복지도시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기부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후원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하늘아래 편안한 땅 ‘天安’이 될것이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린다.”

대담 정리=전종규 기자·사진=이재범 기자 jjg280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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