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좋아진다 해도 언제 또 중단될지 모르는 게 개성공단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의 취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2013년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취한 개성공단 입경 차단 조치에 우리 정부는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강경 대응을 펼치면서 공단 1차 폐쇄를 맞이했다. 이후에도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공단 2차 폐쇄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결국 120여개 공단 입주기업들은 8152억원에 달하는 실질적인 피해금액을 떠안은 채 주저앉았다. 일부는 베트남 등 해외시장으로 울며 겨자먹기식 진출을 단행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나머지는 도산 위기까지 맞이했다. 이들은 ‘정부 말을 믿고 투자했다 쪽박찼다’는 손가락질까지 견뎌왔다.

이런 입주기업인들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의 역사적인 상봉을 통해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비록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 문제는 논의 사항이 아니었으며 공동선언문 어디에도 경협 관련 직접적인 문구는 없었지만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다만 기대감만큼이나 이들을 짓누르는 불안함도 여전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 무관심 속에 남아있는 숙제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직접 다루기 위한 ‘개성공단특별법’은 2년째 국회에 계류된 상태며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지만 묶여 있다. 2년 전 입주기업 등이 공단 중단과정 내 정부 공권력의 위헌성을 심판해 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남북 해빙무드에 이어질 북미회담 등 장밋빛 미래가 있어도 이 같은 선결과제들이 있는 한 입주기업인들의 희망은 악몽으로 뒤바뀔 수 있다. 남북 경협이 정치적 도구나 남북 간의 핑퐁게임으로 또다시 변질된다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투자자본들이 기대하는 대규모 경제협력지구는 영원히 중단될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의 대안은 개성공단 뿐이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은 입주기업인들만의 숙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한 이유다.

이인희·대전본사 경제부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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