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군들의 '문재인 마케팅'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들은 앞다퉈 문재인 정부의 참모진 출신이란 이력을 내세우거나 대통령과의 인연, 그의 대선캠프 인사였던 점을 강조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 지지자들조차도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며 경쟁하듯 후보군들은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 탓인지 ‘비문’이라는 표현을 썼다가는 당장 그 후보에게서 거센 항의가 돌아온다. 분명한 사실관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후보군들은 문재인 대선캠프에 몸담았었다는 단골 레퍼토리를 꺼내들며 어떻게든 대통령과의 친분을 짜낸다.

민주당은 대선캠프 경력까지 활용되는 것은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다. 너도 나도 문재인이 보낸 후보라며 극성을 부리자 민주당에서도 제동을 건 셈이다. 대선캠프 경력이 얼마나 ‘억지춘향식’ 문재인 마케팅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현재 후보군들의 선거운동 전략을 보고 있자니 데자뷰가 느껴진다.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지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보여준 ‘진박 마케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편승해 보려는 절박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정치 문화에 기인한 ‘구태정치’란 시각이 많다.

지방선거는 현재 지역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서 실천 가능한 전략과 전술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 중심의 선거가 돼야한다. 지방선거인 만큼 철저히 지역의 시각에서 지역 현안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마케팅에 사로잡혀 있는 후보자들의 행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문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경쟁력을 믿지 못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백승목 정치사회부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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