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 정치사회부
[기자수첩]


2017년 마지막까지 끊이지 않고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사고들은 많은 이들로부터 새해를 앗아갔고 그들을 떠나 보낸 채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 또한 무겁게 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주변 사람들과 “안녕하세요?”라고 건네는 인사말의 무게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글자 그대로 안녕의 여부를 물어야만 하는 연초의 현실이 씁쓸하기 때문이다.

한 가장의 꿈은 수십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에서 추락해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어느 여고생이 그리던 스무 살의 그림은 밀폐된 건물 안에서 불에 녹아버렸다.

타워크레인부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대한민국 안전의식의 현 주소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사고가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불행한 사고였다’는 수식어는 더 이상 붙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불행하다는 수식어는 단순 실수를 넘어 ‘후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지난해 참사 모두 그럴듯해 보이던 비정상적 요소로 인해 갑자기 다가왔고 언젠가는 되풀이 될 것이란 위험요소가 원인으로 작용한 결국은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인재가 낳은 참혹한 현장에는 늘 잔재와 함께 고통속에 몸부림 치던 이들의 못 다 피운 꿈이 남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주변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얼어붙은 휴대용 부탄가스를 녹이려 끓는 물에 넣고, ‘설마 이 곳이’라는 생각에 목욕탕 곳곳에는 꽉막힌 비상구와 가려진 대피유도로가 그대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 모두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정상화를 외면해 버린다면 누군가가 간절히 소망했던 또다른 새해 소망이 우리 주변에서 불행한 사고와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다. 꿈을 남기고 떠난 지난해 그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무술년 대한민국에서는 젊은 날의 도전과 한 가정의 오랜 평화가 허무한 잿더미로 바뀌지 않길 대신 소망해 본다.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기사의 끝이 ‘기승전 안전불감증’이 되지 않는 2018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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