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클라리넷 수석단원 등 주요자리 9곳 수개월째 공석
3월 모집 기준미달로 못뽑아, 객원초빙 불가피… 장기화 우려

대전시립교향악단(이하 대전시향) 주요 연주자 공석(空席)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연주실력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고 있다.

대전시향은 현재 단원이 총 87명으로 정원(107명) 대비 부족한 형편이다. 이중 수석과 부수석 단원을 비롯한 주요 자리 9곳은 수개월째 비어있는 채로 운영되고 있다. 악기군별로 살펴보면 바이올린 제2악장이 공석이고 플루트, 클라리넷, 호른, 트롬본, 팀파니도 수석단원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튜바는 상임단원이 한 명도 없다.

대전시향은 지난 3월 이들 자리를 채우기 위한 공개모집을 진행했었지만 합격자는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당시 9개 분야 5명 모집에 310명이 응시해 6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내·외부에서 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정작 직급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연주자는 찾지 못한 것이다.

대전시향 관계자는 “자리가 많이 비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기준이나 실력에 충족되지 못하는 연주자를 채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연주자 공석이 더 길어지면 오케스트라 운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케스트라는 오랜 시간 연습하며 맞춰온 서로 간의 호흡을 통해 좋은 연주 기량을 발휘해낸다.

때문에 현재와 같이 공연마다 필요한 악기에 객원연주자를 초빙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단기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석단원은 각 악기를 대표하는 연주자이자 연주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악기와의 조율을 맡는 핵심 자리여서 공백이 미치는 여파가 더 크다.

한 음악평론가는 “개개인 실력을 넘어 전체의 합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 공석은 오케스트라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자리가 대거 공백인 데는 기본적으로 국내 뛰어난 인적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현장은 분석한다. 특히 호른과 트롬본 등의 관악기는 국내 실력있는 연주자 자원이 부족해 대체로 많은 연주단체들이 외국인 연주자를 기용한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또한 이같은 공백의 원인을 단체의 연주자 지원 환경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연주자들에게는 자기기량에 맞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단체를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전시향도 이같은 이유로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국내외 단체로 일부 단원 이직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음악계 관계자는 “대전시향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향은 인지도뿐 아니라 연봉수준도 배 이상이어서 실력있는 연주자들에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더 좋은 연주자들이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역량있는 연주자 모집과 확보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대전시향은 다시 하반기에 공개모집을 시행해 시급히 연주자 공석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대전시향 한 관계자는 “공개모집을 통해 가능한한 국내 연주자를 기용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또 한번 합당한 기량을 갖춘 연주자를 찾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해외 등에서 좋은 연주자를 영입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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