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길을 떠난 아들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자식은 곁에 두고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법인데, 생때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얼마전 우리는 중부전선 최전방 군부대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26세와 22세의 젊은이를 잃어야 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엄수된 장례식에서 5군단장은 추도사를 통해 "누구보다 조국수호 사명에 충실했던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었다"며 "미처 펼치지 못한 열정, 꿈, 무거운 짐들은 이 땅에 묻어놓고 평안히 떠나기 바란다"고 고(故) 이태균 상사와 정수연 상병을 추도했다. 추도사가 낭독되는 동안 영결식장 밖에서는 이 상사의 18개월 된 아들이 영결식에 참석하느라 곁을 비운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 우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듯 밤새 퍼붓던 비도 잠시 그쳤다.

문제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당신들의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주포는 개발당시부터 국산명품무기로 소개돼 왔다. 그래서 더욱 어이가 없다. 이런 부실한 무기로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전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K-9 자주포는 국산헬기 수리온과 함께 잦은 고장, 결함 등이 잇따라 발생한 데다,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처구니가 없다. K-9은 무엇보다 우리 포병의 주력 화기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주포 자체에 기계적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하고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군인이 전장에서 싸우다 죽는 게 아니라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국군수도병원과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 장병 5명에 대한 치료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해 예우와 보훈을 다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남아 있는 이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병역의무의 숭고한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된 이들에 대해서는 최고의 예우를 다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군대에 가고 싶은 이가 누구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들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한들, 억만금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한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에게는 다 부질없는 일이니 하는 말이다.

이 시간에도 62만 명의 아들 딸들이 군에서 먹고 잔다. 때문에 이 땅의 부모는 이 순간에도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며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라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점검하고 살펴 대한민국 병역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뜻하지 않게 먼 길을 떠난 이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삼가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며 부상 장병들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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