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화요글밭]

지난 달 16일, 청주에는 3시간에 3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시간당 100㎜의 폭우는 백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양이다. 더구나 며칠 전만 하더라도 가뭄 피해를 걱정하고 대책마련에 부심(腐心)했던 터라 기상청도 예상치 못한 이번 폭우에 속수무책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액은 346억원으로 집계됐다. 급기야 정부는 같은 달 27일 청주를 비롯한 괴산군과 천안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참담했다. 하천의 범람으로 인해 교량과 제방이 끊어졌고, 수많은 농경지가 유실됐다. 전력과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주택이 파손되거나 침수돼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습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절망과 좌절감에 망연자실(茫然自失) 했다. 많은 주민들이 복구는커녕 당장 먹을거리와 잠자리로 고통을 겪었다. 지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시청이나 구청도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속 시원한 답을 드릴 수가 없었다.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은 것은 도움의 손길이었다.

그동안 복구를 돕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의 임직원은 물론 군부대 장병과 경찰, 기업, 종교단체,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1만 6000여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인력이 참여했고, 30여억 원에 이르는 수해의연금도 답지(遝至)했다. 유치원생의 고사리 손에서 강원도 산골 촌로(村老)의 투박한 손으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역의 기업들도 통 큰 지원을 통해 수재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도움 덕분에 청주는 빠르게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

도로, 하천, 교량 등 기반시설에 대한 응급복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항구복구를 위한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의회와 협의해 설계비와 시급한 공사는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했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대형공사를 제외한 사업은 가급적 금년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시작됐다. 그 분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 하지만, 보상내용을 정확히 알리고 정해진 한도에서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문제가 됐던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 등 제도보완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청주시가 수해의 상처를 딛고 빠르게 일어 설 수 있었던 것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도움의 손길 덕이다. 그것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수해를 입었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됐다. 강원도에서 오셨다는 연세가 많으신 봉사자 한 분은 "몇 년 전 내가 수해 피해를 입었을 때 산골마을까지 가장 먼저 오셔서 도와주신 분들이 청주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그 때 일이 너무 고마워서 제일 먼저 달려 왔다"며 성금을 기탁해 주셨다. 그렇다. 도움의 손길은 희망의 싹을 트게 하고, 그 희망이 자라서 또 다른 도움의 손길이 된다.

아직도 남은 일들이 많다. 그동안 미뤄놓았던 쓰레기도 처리해야 하고, 침수주택에 대한 도배, 장판일도 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일상으로 돌아 갈 때까지 지금처럼 힘과 정성을 모아야겠다. 또 꼭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도움을 주신 분들의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이 글의 끝자락에 도와주신 모든 분들 한 분 한 분께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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