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의원이 자신을 비난하는 국민을 설치류(齧齒類)에 빗대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고 있다. 연수를 떠났던 4명의 의원 중 한 명인 김학철 도의원은 진정한 사과는커녕, 또 다시 장문의 해명 글을 통해 궤변을 늘어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국민을 설치류인 "레밍(lemming) 같다"고 말한 그의 잇단 망언은 수해로 상처입은 도민들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는 망동과 다름 아니다.

자유한국당에서 그를 제명했지만,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런 지방의원은 아예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는 지난 3월 청주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발언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국민들을 향해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한 그야말로 정신에 이상이 없는지 감정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떠난지 며칠 만에 귀국을 결정했지만,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해 늦어졌다는 해명도 거짓으로 탄로나면서 국민들의 분노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민의를 외면하고 물난리 속에 외유를 떠나고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사상 최악의 수해에도 휴가 복귀해서 현장에도 안 나가 본 지금 대통령이라 불려지는 분, 수해복구가 아직 진행 중인 데도 외국 나가신 국회의원들, 휴가 일정 맞춰서 외유 나가신 높은 분들, 최악의 가뭄 상황인데도 공무로 외유 나가셨다 돌아오신 각 단체장들 다 탄핵하고 제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도민들은 수해로 터전을 잃고 막막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이 마치 대통령과 동급이나 되는 것처럼 수해상황을 비유한 것을 놓고 “어처구니 없다”고 일갈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제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하듯,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도 구역질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부라퀴는 자신을 선출해 준 도민도 언제나 발 밑에 두려고 한다는 데 주목한다. 선거 때는 ‘주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당선되면 곧바로 ‘주민을 머슴으로 생각하는’ 그런 자들이 있는 한, 온전한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할 뿐이다.

인디안의 속담에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처지에서 본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의원직 사퇴 등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그나마 도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된다.

이제라도 세치 혀의 중요성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예로부터 절제할 줄 아는 혀는 최상의 보배이며, 부드러운 혀는 인간에게 부여한 최대의 기쁨이라고 했다. 하지만 혀의 마력은 가장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 않는가. 어리석은 자는 자기 마음을 혓바닥 위에 두나, 현명한 자는 자기 혀를 마음 속에 둔다고 했다. 더 이상 세치 혀를 함부로 놀리지 않기를 권면한다. “다물라.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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