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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이기주의를 뜻하는 용어 가운데 '님비(NIMBY)' 처럼 많이 쓰이는 말도 드물다. '내 집 뒷마당은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는 뜻으로 혐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거부하는 격렬한 몸짓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핌피(PIMFY)'는 '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 해 달라(Please In My Front Yard)'는 뜻으로, 예컨대 국립철도박물관·국립한국문학관 유치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님비’와 ‘핌피’는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유리한 일만 하겠다는 주장을 편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좇기 위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내면적 성향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KTX 세종역 신설을 놓고 청주시와 충북도, 세종특별자치시가 대립하고 있다.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충북도와 청주시는 세종역이 신설되면 국내 유일의 KTX 분기역인 오송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종역이 신설돼야 한다는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이나 세종시민들이 서울이나 인천국제공항을 오갈 때 오송까지 가지 않고 세종에서 편리하게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거를 내세운다.

문제는 충북도와 청주시의 안이한 태도다.

2006년 오송분기역이 확정될 때까지 대전과 천안을 따돌리고 분기역 유치를 위해 충북도민이 20여 년동안 노력했던 지난(至難)한 곡절과 달리, KTX 세종역 신설을 저지할 명분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청사 공무원이나 세종시민이 외국 출장이나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KTX를 이용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세종시 첫마을2단지에서 오전 5시 45분 출발하는 첫 BRT(간선급행버스체계)는 오송역에 6시 8분에 도착한다. 반면, 오송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첫 KTX는 6시 11분에 출발한다. 때문에 세종에서 첫 BRT를 타고와도 오송역에서첫 KTX를 탈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KTX 첫 차를 타기 위해서는 3분만에 캐리어를 들고 3층 높이의 오송역 플랫폼까지 단숨에 날아가야 한다. 게다가 첫 차를 놓칠 경우 다음 KTX는 9시 5분에 오기 때문에 승객들은 3시간 가량을 역에서 허송해야 한다. BRT 요금은 1550원인 반면, 택시를 이용하면 2만 원이 넘는 비용도 문제다.

이에 따라 오송역 위축을 우려해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면서 세종청사 공무원이나 세종시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세종역 신설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이런 불편을 알면서도 청주시와 충북도의 손을 들어 줄지도 의문이다.

세종역 신설이냐, 이를 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역을 신설하지 않고 오송역을 이용해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면 충북도와 청주시가 풀어야 할 숙제는 더욱 명약관화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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