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마침내 세월호가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침몰해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숨진 대참사가 발생한 지 1073일 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단장(斷腸)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은 그렇게 무심히 흘러갔다. 3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9명의 가족들은 이 배가 물 위로 떠오르기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얘들아! 집에 가자”며 울부짖던 애끓는 외침이 아직도 선명하다.

거칠게 긁히고 녹슨 세월호의 모습을 보면서 캄캄하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음과 마주했을 이들의 공포가 얼마나 컸을까 몸서리가 쳐진다.

"저희도 가족을 찾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을까요? 그 바다 속에서 마지막에 불렀을 이름도 아마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이었을 겁니다."

"엄마라서 절대 사랑하는 가족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수습자 가족은 그렇게 절규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세월호와 같은 아픔이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이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게다. 문제는 참사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나도록 세월호의 진실이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는 점이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 헌재의 판결 등을 통해 침몰 과정과 원인 등은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그렇다고 전모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다. 특히 정부의 늑장 대응에 따른 구조 실패의 책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검도, 헌법재판소도 7시간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으로부터 문자로 해임통보를 받았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급기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세월호의 진실이 은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호 참사는 무도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의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은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초동대응과 구조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7시간만 제대로 대처했다면 아마도 더 많은 이들을 살려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 전 대통령과 정부에 면죄부를 줄 수도, 줘서도 안 되는 이유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까지 침몰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역사는 우리에게 엄중하게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아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땅에서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다.

그런데도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올림머리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에도 올림머리를 하기 위해 전담 미용사를 삼성동 자택으로 불렀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늘에 있는 딸에게 보낸 어느 엄마의 편지가 그래서 더 절절하고, 그래서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딸! 너와 이별한지 3년이 다 됐는데, 아직도 저녁때가 되면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자꾸만 문쪽을 바라보게 된단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웠고 행복했어.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너무 너무 보고싶다.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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