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고별연설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필칭, “우리는 언제쯤 박수 받고 떠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부러움을 갖는 것은 탄핵 정국을 겪고 있는 현 사태와 무관치 않다. 백악관을 떠나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무려 55%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5%의 지지율에도 국민을 여전히 기망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억장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도대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양파와 달리,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포털사이트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해 최고의 통치권자를 일컫는 원수(元首)가 아니라 “국방·외교·경제를 망친 원수(怨讐)”라는 저주까지 쏟아지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대해 반헌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려 했던 블랙리스트는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이다. 재벌을 등쳐 수백억 원의 ‘삥’을 뜯으면서도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알량한 보조금 몇 푼도 쥐어주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울분을 토로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진 부패의 사슬을 온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낱 의식 없는 미천한 여편네(최순실)의 농단에 넘어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장·차관은 물론 교수, 의사, 재벌총수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드러난 박근혜 집권 4년차의 민낯은 “이게 나라냐?”는 말처럼 나라가 아니었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 권력을 사유화해 총·칼로 국민을 무참히 짓밟으려 했던 독재군정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한 데 이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권위주의 국가나 독재 국가와 같이 문화·예술을 정권의 프로파간다(Propganda·선전)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로 본 것도 사안이 그만큼 중대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까지 위증과 거짓말, 진실은폐 및 증거인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이다.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정호성을 제외한 이재만과 안봉근은 여전히 철없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그런 자들이 청와대에 앉아서 국정을 논했다는 자체가 코미디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일말의 양심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더 분명한 점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럽힌 블랙리스트야 말로 문화예술인이 아니라 권력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른 자신들이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처결은 후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들은 촛불이 횃불로 변해도 국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력에 빗대 ‘기춘대원군’이라 불린 김기춘, 팔짱을 낀 채 검찰 조사를 받아 ‘황제 소환’ 논란을 부른 우병우로 대표되는 이른바 머리 좋은 관료들이 나라를 망친 것에 대한 혐의는 진작부터 분명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병처리도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법꾸라지’라는 별칭처럼 이리저리 법망을 피해 다니는 나라라면 애초부터 미래를 얘기할 수도 없다.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든 어린 아이의 손에 쥐어진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이란 글자를 보면서 새삼 어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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