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투데이포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 처음으로 가진 활동은 청년들과 김치찌개 집에서 '청년 취업문제'에 대해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한 카페에서 60여명의 고3 학생들과 만나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판의 두 주자가 이 날 강조한 것은 '청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연히도 같은 시기에 권선택 대전시장이 올해 5대 역점사업을 발표하면서 강하게 '청년 정책'을 내세웠다. 5대 역점 사업 중 1순위를 '청년 정책'에 두겠다면서 청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고민을 시정에 반영하고, 원도심 활성화 전략에도 청년정책을 접합시키겠다는 것. 그 구체적 내용도 제시했는데 '대전 청년의 전당', '청춘다락' 등을 통해 창업 공간 지원, 미술관·공연장 활용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엑스포 광장에도 컨테이너 박스들을 설치, 창업공간으로 활용케 하고 '청년창업 플라자 조성 계획'도 실용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창업 지원을 위해 2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청년정책'을 통해 6000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매우 의욕적이고 시기적으로 기대할만 하다고 하겠다.

그만큼 이제 청년 문제는 우리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청년 실업률이 9.8%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인데도 정치권을 비롯한 기성세대는 꿈을 가지라고만 할 뿐 아무 것도 보여주질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서 보듯 공정한 게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금수저·흙수저 태생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현실, 그런데도 싸움만 하는 정치권…. 배가 좌초되어 꼼짝 못하는 '아포리아'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것에 우리 젊은이들이 분노를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요즘의 이런 젊은이들을 일컬어 '성난 젊은이(Angry Young Men)'이라고도 하고 '뿔난 청춘'이라고도 한다. 원래 이 말은 195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문학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대 역시 전후의 혼란과 가치관의 갈등 속에서 J. J. 오스번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는 작품이 계기를 제공했다.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자 기성 권위에 대한 저항, 그리고 분노의 표상으로 '앵그리 영맨'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그래서 요즘 우리 젊은이들의 내면에 끓고 있는 고민을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직접 뛰어드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라 하겠다. 이것이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파나 소속에 관계없이 모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청년정책이 나열화에 그치지 않고 동력을 발휘하려면 다수의 인적구성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가 50여명으로 구성된다고 하나 그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권 시장이 5대 시책 중 제 1번으로 꼽을 만큼 '청년 문제'는 심각하며, 시급히 일자리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 정책이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이유다. 청년문제에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