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수안보-상주 상풍교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 아! 아! 아이고~~"(무키무키만만수 '투쟁과 다이어트' 中)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사서 하는 몸이라 할 말은 별로 없지만, 몸이 너무 고되니 무키무키만만수의 '투쟁과 다이어트'의 가사가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던 하루였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일이니 이런 경험도 해본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오늘 일정은 시작부터 온 몸에 긴장감이 돌게 만들었다. 자전거 국토종주 구간 중 '헬 오브 헬'로 유명한 이화령이 바로 오늘 일정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숙소에서 탕에 물을 받아 몸을 지지고 나왔다. 수안보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 온천수를 즐길 수 있다. 온몸에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보니, 탕이 약처럼 느껴졌다. 아침식사는 올갱이해장국으로 해결했다. 충청도 사람들에겐 올갱이란 말보다 다슬기란 말이 더 익숙한 데, 외지인 때문에 다슬기란 말을 잘 안 쓰나 보다.

꽤 맛있었다. 충청도는 원래 질 좋은 다슬기가 많은 나는 곳이다. 새재 자전거길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전용도로보다는 국도와 지방도를 공유하는 구간이 많고, 이렇게 농로 사이를 지나가는 구간도 많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런 풍경이 흔하게 보인다. 정겨운 풍경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라이더들을 반가워할진 의문이다. 수안보-이화령 구간은 시작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지쳤는데, 이화령은 16km나 남았다니...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이화령 전에 만나게 되는 소조령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어느새 괴산군이 나타났다. 소조령은 충주와 괴산의 경계이다. 소조령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행촌교차로에서 뜬금없이 인증센터가 하나 나타난다. 이화령 인증센터가 아니니 절대 반가워 할 필요가 없다. 이 인증센터는 괴산군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오천자전거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인증센터이다. 그래도 들른 게 아까워 인증도장을 수첩에 찍었다. 행촌교차로 인증센터 부근에 철을 모르고 피어있던 꽃잔디. 봄꽃이 늦가을에 피어있으면 어쩌자는 것이냐. 행촌교차로에서 이화령 방향으로 틀자마자 만나게 되는 오르막길에서, 이 구간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화령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완경사가 약 6km에 걸쳐 계속 이어진다. 나중에 느낀 점이지만, 이 구간이 사실 대단한 난이도를 가진 구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토종주를 하는 라이더들이 이 구간을 만날 시점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완경사를 만나니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입으로 온갖 쌍욕을 내뱉으며 올라갔다. 나는 당당하게 '끌바'로 이화령을 향해 올라갔다.

미니벨로로 오르막을 오르는 일은 무리인데다, 페달을 밟을 힘도 없었다. 국토종주 중 나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미니벨로를 타는 라이더를 보지 못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완경사에서 '끌바'를 하는 일은 죽을 맛이었다. 역시 내가 실수한 것이 맞다. 이화령 구간에서 유독 많은 라이더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구간이 라이더들에겐 일종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인가 보다. 모두들 정상을 향해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었다.

문득 내 '끌바'가 조금 민망해졌다. 거의 2시간 30분여의 '끌바'를 한 끝에 이화령 인증센터에 도달했다. 이날 온전히 '끌바'로 긴 시간에 걸쳐 이화령으로 올라온 이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자랑은 아니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다. 어지간한 낮은 산보다 훨씬 높다.

아래를 굽어보니 높이가 느껴졌다. 이 높이를 '끌바'로 올라오다니... 나도 대단한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왔으니 인증샷은 박아야 하지 않겠나. 근처에 있던 라이더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이화령에 오르는 동안 아침에 먹었던 올갱이해장국이 모두 소화됐다. 급하게 우동 한 그릇을 투여했다. 우동 연료 주입을 마쳤으니 출발! 이화령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나는 경상도로 진입했다...(중략)

(이 글은 11월 13일에 작성됐습니다-이 사업(기사)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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