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기술상용화센터장지난달에는 코로나 19의 광풍 속에서도 온 국민이 환호한 기쁜 소식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등 네 개 부분에서 상을 받았다.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감독 자신도 라디오에서 “그런 일이 왜 일어나겠어요? 일어나도 해프닝이겠죠”라고 웃으며 했던 말이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 됐다.필자가 과학기술계에 종사하고 있어서일까? 마음껏 박수를 보내고 뒤돌아서는데 “왜 우리는 아직인가?”라는 질문이 불쑥 마음을 자극한다.분야만 다를 뿐이지 과학기술 분야도 전 세계를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미술관은 수집가, 후원자와의 상생관계가 중요하다. 미술품 수집가는 예술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미술관은 미술품 수집가를 양성해야 한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공급시장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수집하는 미술품 수요자를 확대하는 것이 예술계의 활성화에 더욱 중요하다.내가 근무했던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은 미술품 수집가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일을 중요과제로 한다. 큐레이터의 중요임무 중 하나는 좋은 미술품 수집가를 발굴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다시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한국미술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박을석 충북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우리는 종종 인내심을 잃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새해 첫날 가진 기도회에서 교황이 전날 있었던 실수를 사과하며 한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 해의 시작을 사과의 말로 열게 된 것일까.교황은 작년 12월 3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여러 사람과 악수한 뒤 몸을 돌려 다른 곳을 향하던 찰나였다. 바로 직전 성호를 긋고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리던 여신도 한 명이 있었다. 교황이 자신을 보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리자
길공섭 대전동구문화원장옛 삶의 흔적들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산마을(달동네)이 아직도 우리의 어렵던 시절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존재하고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마중하는 달동네가 새롭게 탄생한 곳, 통영 동피랑 달동네를 답사하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사고를 받아들여 관광명소로 단장한 통영시의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수차례의 재개발 결정을 뒤집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동피랑’은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좁은 골목길이 인파로 북적이는 명소가 됐다. 동피랑의 어원은 동쪽에 있는 비탈지역을 지역 사투리로 피랑이라
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나태주 시인. ‘풀꽃’이라는 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분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에는 사람들이 서로를 겉모습이나 흘려 지나가는 모습으로만 평가해 버리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는 풀꽃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그들만의 참다운 아름다움이 있음을 기억하며 살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외양만 보면 참 볼품없어 보여서일까? 요즘 필자는 우리나라 경제를 보며 나태주 시인과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연말에 발표된 올
박을석 충북도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나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이란 무엇인가. 나잇값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멋있게 나이 든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농담 삼아 나이의 어원이 '나의 이(치아)'일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어릴 적엔 이가 많이 난 것이 나이 먹은 것이고, 늙으면 이가 적은 것이 나이의 증거이니 엉터리 추측은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신체적인 나이는 대체로 이렇다.소년기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얼른 노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노인이 가진 지혜와 여유로움이 부러웠기 때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경자년(庚子年) 새 아침이 밝았다. 경자년 우리는 부연 안개 속 같이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는 ‘시계제로시대’에 살고 있다.우리가 36년 일제치욕에서 그 소중한 주권(主權)을 찾아 온 지 70여 년 지났다.경제도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문화 예술 체육 등도 세계적인 수준인데 딱 하나 정치만은 원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암담(暗澹)하다.어느 일본인 학자는 한국은 주권국가가 될 수 없다 주장하며 첫 번째 예시로 후진적(後進的)인 정치문화를 꼽았다.국익(國益)이 걸린 국제적 문제에 여
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연말연시가 되면 시(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송하는 구절이 있다. 영국 계관시인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이다.1850년에 지어진 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되뇌는 것을 보면 분명,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는 말한다.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아라, 부자와 빈자의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을 위한 구제책을 울려 맞아라, 고리타분한 당파 싸움을 울려 보내고 아리따운 예절과 순수한 법을 울려 맞아라, 불신과 중상과 모략을 울려 보내고 진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교육은 100년의 큰 계획인 백년대계(百年大計)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의 시각예술 교육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모든 어린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좋다. 어린이들이 시각예술을 보면서 재미를 느껴지면 된다. 다양한 느낌을 경험하며, 감성이 풍부해 지는 효과는 무엇보다 소중하다.미술관과 박물관은 어린이가 일상처럼 다녀야 할 문화공간이다. 어릴수록 뮤지엄에서 정제된 시각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장의 자양분이다. 어릴 때 시각예술의 전시를 보고 안본 것은 처음은 몇 시간의 작은 경험이지만,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태양(太陽)은 언제나 자기의 책임(責任)을 완수하며, 자연의 순리를 주도하는 만물(萬物)의 대표다.또 지구에서 가장 빠른 것은 햇빛이며. 그 빛은 우주(宇宙)의 근원이다. 빛은 사랑이 나타나는 형태이고 그러한 빛의 속성에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태양의 빛은 지구의 생명체(生命體)들의 에너지원이 되며, 일출(日出)은 출발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찬란함이 있으며 일몰(日沒)은 마무리라는 의미와 더불어 호젓함이 있다.일출은 반짝 반짝 빛나는 빛줄기를 타고 떠오른다면 일몰은 오랜지 색이 되어 홀로 사그러
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며칠 전 필자는 충북 제천의 한 산을 거닐며 숲해설가로부터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숲에 있는 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을 설명하다 문득 한 소나무 앞에 발을 멈추었다.100년 이상은 족히 되어 보일 만큼 크고 아름다운 나무였는데, 배꼽 정도의 높이에 브이(V)자 모양으로 껍질이 벗겨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해설가는 이것을 가리키며 “일본이 강점기 시절에 전투기나 각종 무기의 연료로 송진을 채취하려고 남긴 상처”라고 말한다. 광복된 지 75년이나 되어가는데 소나무의 상처는 아직도 제대로 아물지도 못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미술품 수집은 즐거움 그 자체다.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의 큐레이터 시절에 미술관은 지역 미술 수집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전략이 있었다.미국식 커뮤니티 공동체의 가치관은 예술가, 수집가, 후원자, 미술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민에게 양질의 문화향수기회를 증진시킬 때 지역의 미술역량과 문화력이 증진된다고 믿는다. 주정부와 의회는 예산은 지원하되 내용을 간섭을 하지는 않는다는 팔길이(arm length) 원칙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잘 지켜진다. 그 중에서 미국은 미술수집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한다. 개인수집가는 미술의
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 소장문득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2007년도 영화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반향을 일으킨 영화다. 늙은 보안관, 퇴직 군인, 냉혹한 킬러 등이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물. 꽤 화제가 된 탓인지 주제가 어려워서인지 영화를 해석한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연금이 주는 노년의 평온함이라든지, 구속 없는 자유 속에서 추구할 꿈이라든지, 경험과 지식이 가져다준 노인의 지혜라든지, 믿고 따르던 가치와 규칙들이라든지…. 이 모든 것들이 깡그리 부정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제목이 던져주는 의미
대전 동구는 곰삭은 옛 문화가 곳곳에 깊은 향을 품으며 대전을 태동시킨 도시답게 많이 있는 지역이다.식장산의 고산사, 개태사, 식장사,의 삼대사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식장산(食欌山)의 3경(三景)중 제1경이라고 말하는 고산사(高山寺)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필자가 고산사를 찾기 위해 대성동 삼거리에서 약간 가파른 오솔길로 접어들면 식장산 산새소리가 길을 재촉하고, 길 양 옆에 피어있는 각종 야생화가 방실 방실 웃어준다. 진한 향으로 채색한 궁전 같은 파란 터널도 반갑게 맞아주는 고산사의 오름길이다. 고산사는 식장산 중
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지난 10월에 있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 연구자는 올해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노벨상 수상자 미배출의 이유와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중에서 출연(연)과 대학 등 연구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 있다. 논문의 양과 질에 대한 문제이다. 결론은 거의 이렇게 나고 있는 듯하다. "연구자들이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나 논문 수만 많을 뿐, 세계적으로 가치를 평가받을 만한 질적으로 뛰어난 논문은 희소하다.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노벨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이러한 문제 제기 때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큐레이터의 꽃은 전시다. 전시는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대상은 미술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무엇이든 어디든지 보여주는 모든 기획은 전시에 포함된다. 디지털시대를 맞이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4차산업혁명이 활성화될수록 전시는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가진다. 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대상을 가상공간에서 전시하는 등, 새로운 전시의 가능성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어떤 주제로 전시할 것인가? 수첩을 꺼내어 적어본다. 평생 꼭 기획하고 싶은 전시 ‘Best 5’를 추려본다.꿈을 꾸어야, 그 꿈
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장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때부터 대학 입시의 공정성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수능중심 정시 확대론이 점점 힘을 얻었다.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이 논문, 인턴 활동, 봉사활동, 대외 표창장 등 이른바 '부모 찬스'를 활용한 스펙을 이용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수시, 학종)이라는 주장이 배경이 되었다.급기야는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선언하고, 잇따른 교육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그 밑그림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강화, 서울 지역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매사냥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2010년 11월 16일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외길인생을 묵묵히 걸어왔으며 전통놀이 문화를 오늘에까지 전승해온 응사(鷹師) 박용순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매 조련에 취미를 같고 매사냥 기능보유자 강종석 에게 사사를 받아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기초가 됐다. 2000년에 대전 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를 인정받아 그동안 매사냥 전통을 이어온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대전 동구 이사동에 고려응방을 차려놓고 매년 몇 번씩 매사냥 시연을 해 우리 전통놀
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혹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해낸 데이터양 보다 최근 1~2년 사이 생성된 데이터가 더 많다고 한다. 데이터만 늘어난 게 아니다. 사람들 간의 교류도 지난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됐다. 기껏해야 가족이나 지인 몇몇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이제는 나라 안팎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이렇게 데이터도 늘어나고 사람들과 교류도 활발해 지면, 정보도 풍성해서 좋고 서로 간 이해와 공감의 폭도 넓어져 ‘살기 좋은 지구촌’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미술관은 문화기억으로, 지식과 예술의 보고(寶庫)다. 인간의 뇌는 기억이라는 놀라운 기능을 가진다. 인간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문화기억은 각자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억을 기록한 유무형의 문화자산이다. 예술가는 생각과 감정을 눈에 보이는 시각예술로 표현해 찰나를 영원으로 기억하게 한다.미술관은 유형의 시각예술을 문화기억으로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전승하기 위한 문화제도다.동아시아는 문화기억을 위해 왕실도서와 미술품을 보관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중국 송나라는 왕실미술품을 기록한 선화화보(宣和畵譜)를 출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