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우직한 소의 심성으로 뚜벅뚜벅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코로나19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한 해인 것 같다.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나브로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의 새해가 밝아 1월도 벌써 후반전이다. 재작년 2020년 1월 국내 첫 감염자가 나타난 이후 창궐한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세계 유수 여러 회사의 백신 개발로 어렵고 힘든 긴 터널을 지나 밝은 희망의 빛을 바랐지만 그도 잠시, 새로운 변이인 ‘델타’와
설이 다가옵니다. 설날은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로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날이지요. 설날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는 2월 1일입니다. 임인년(壬寅年)의 시작이지요. 임인년은 검은호랑이의 해라고 하는데, 壬은 흑을 뜻하고 寅은 범을 뜻하기 때문이랍니다. 검은 호랑이 즉, 흑호는 우리 조상들이 가장 귀하게 여겼던 호랑이로 리더십, 독립성, 도전정신이 강하다고 합니다.그런 연유로 ‘2022년은 국운이 융성해질 거다’ 하여 매우 반기는 해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의 강국인 G10에 진입하였고, 당당히 선진
생수병이 플라스틱 고치에 들어 친친 감겨 매달려 있다. 고치를 탈피하고 날갯짓하는 나비의 우화를 꿈꾸는 것일까. 아니 환경파괴라는 오명을 벗고 비상할 날을 꿈꾸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맑고 안전하다는 생수가 플라스틱 용기들에 담겨있다.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물과 오염의 주범 물질이 한 몸을 이룬다. 작품의 소재가 플라스틱 생수병인 한희준 작가의 작품전이다. 작가는 관람객을 호기심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의미를 찾고자 집중한다.생수병을 소재로 다룬 작가의 시선이 특별하다. 작품에는 유화의 흔적도 보이
수도권으로 인구 및 산업·금융이 집중하면서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대추의 고장 보은도 마찬가지다. 이를 극복하고자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과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보은발전협의회도 마찬가지다.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지만 불통이라는 벽과 코로나라는 외부 바이러스 침입으로 활동의 제한을 받고 있다. 협의회 박환신 상임부회장은 ‘보은의 꿈’이라는 메시지를 필자에게 보내 간절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을 각색해 실어 본다.‘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이때 희망의
바닷가 작은 한의원이다. 옛 가정집을 그대로 겸하는 듯싶다. 주방은 약방으로 거실은 침방으로 사용한다. 딸들과 여행 중에 몸 상태가 심상찮아 찾아온 한의원이다. 접수하고 삼십여 분 남짓 기다리는 중이다. 짧은 시간이 흘렀건만, 작은 어촌의 일상이 눈으로 본 듯 그려진다.잔뜩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온다. 할머니는 의원을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허리를 편다. 그리고는 손에 들었던 가방을 바닥에 툭 던져두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주변을 둘러봐도 그곳엔 나뿐이다. 나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멀쑥한데 이어 벽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퇴색한 생명의 조각들이 마지막 계절의 추억을 품고 마치 고별의 몸짓인 양 처연하게 전율하고 있다. 만추의 향연은 저마다의 빛깔을 아직 발하지도 못했는데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대니 가지 끝에 달렸던 잎새가 파르르 떨며 속절없이 멀어져만 간다. 구태여 밀어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떠날 텐데 왜 이리도 급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인지.비바람까지 몰고 온 상강이란 절기는 얄궂게도 가을의 등을 떠밀어대더니 결국 앙상한 나목만 가을이 떠난 휑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칠 전, 문학동인 선배님께서 아내와 이별을 준비 중이라는 청천
대한민국 중심지 보은은 내우외환의 위기에 놓여 있다. 내적으로는 극심한 갈등과 불평등, 외적으로는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보은군 인구현황 자료에 의하면 10월 말 기준 인구는 3만 1893명(세대수 1만 6968)이다. 출생자는 68명이고 사망자수는 421명으로 353명이 자연증감으로 줄어들었다. 65세이상의 노인인구는 1만 1460명으로 전체인구의 35.9%를 넘어섰다. 이뿐 아니라 전입은 1870명이고 전출은 1957명으로 87명이 더 빠져나간 상황이다.극심한 인구감소로 노동인력은 고갈되었고, 외국인 노동자는 코
스님의 장삼 자락이 큰 북 위를 춤추듯 넘나든다. 북소리에 다소곳이 집중하는 사람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이도 여럿이다. 내 앞 어린 남매는 호기심 가득한 몸짓에서 금방이라도 범종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사물 소리를 찾아 산사에 오른 참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고자 산사로 오르는 길엔 적송과 단풍나무가 줄느런하다. 연화교를 건널 즈음 해는 서산을 넘는다. 태양의 여광이 남아 주변은 그리 어둡지 않다. 사천왕문에 들어서자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마당을 지나 범종각에 오르고 있다. 전각 왼편 금동 미륵 대불은 멀
집안이 시끌벅적하다. 일곱 살 손주 녀석이 거실을 가로질러 달리자 막 걸음마를 터득한 작은 손주가 뒤뚱대며 뛰어가 부둥켜안고 뒹구는 어울림이 앙증스럽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이토록 호사스럽고 어떤 음악이 이토록 고운 소리를 낼까. 천진난만한 모습에 마냥 취해있다 층간소음으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화들짝 놀라 아이들을 저지하면서도 마음 한켠은 짠했다."왜 할머니 집은 이렇게 넓은 거야?" 너희 집과 똑같다는 설명에도 도리질하며 할머니 집은 훨씬 넓단다. 녀석이 아파트 면적을 알고 말하는 것은 아니란 걸 알기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 아련
보은 거리는 농민들의 땀방울과 정성이 담긴 보은대추 판매가 한창이다. 지나가던 차량들은 빨갛게 익은 보은대추에 넋이 빠진 듯, 차를 세우고 경쟁하듯 대추를 담는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보은대추 한입 물면 그 사각거림에 침샘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자식, 부모, 친구, 동료의 생각에 한 봉지 두 봉지 집어 들다 보면 어느덧 양손이 묵직해 온다. “왜 이렇게 많이 사가냐”는 질문에 “보은대추는 과일 중 으뜸으로 이 시기를 놓치면 먹을 수 없으니 주위에 나누어 먹으려 한다”며 “보은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건강이 상한다는 말이 있지 않
나무 우듬지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저물던 태양 빛도 무심한 듯 제빛 한 줌을 보태고 독야청청하던 청솔 나무도 시월에는 회색빛 방울 견장을 준비한다. 아직은 여름날의 열기가 남았으나 산천은 시월을 준비하는 몸짓들로 부산스럽다.시월은 풍유와 허전함의 시간이다. 수확에 바쁜 들은 사뭇 부산스럽지만, 볏짚 둥치가 뒹구는 모습은 풍유 속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갈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며 흔들리지 않는 마음결이 어디 있으랴. 계절을 분간 못 한 민들레가 바지런한 할머니 손에 뽑혀 빨간 바구니에 소복이 담긴 모습도 시월의 풍경이 된다.
왜 이리도 마음이 모질지 못할까. 크게 마음먹고 돌아섰건만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어느 순간 화분 하나를 손에 집어 들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정원에 그득하니 자리하고 있던 오래된 화분들을 정리하자고 큰맘 먹지 않았던가.헐렁해진 정원의 여백을 느긋하게 즐기며 이젠 과욕을 부리지 말자 했거늘 며칠 전 각오가 무색하게도 꽃집 앞을 지나다 또 분 하나를 들고 와 한 자리에 터를 잡아 앉혔다.베란다를 정원이라고 이름하기엔 너무도 허름하고 작았지만 나름 계절의 변화를 느낄 만큼은 각기 다른 생명이 그득했다. 그곳은 풀죽은 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