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에서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이 '개(犬) 타고 오토바이 장사'하는 식의 영화가 있었다. 이름하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엔 좋지도,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데 말도 섞기 싫은 '지겨운 놈'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은 천하를 주유하면서 백성의 얼굴을 보고 국정을 파악하는 '관상정치'를 폈다. 백성들 얼굴 표정에서 조세나 부역이 얼마나 센가 알아낸 것이다. 퇴계 이황도 죽는 날까지 점괘를 보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예비했다. 사실, 얼굴엔 100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으며 살았다. 직립보행만으로는 사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도’가 필요했고 점차 뛰기 시작했다. 기원전 490년 그리스의 휘디피데스라는 병사가 페르시아전쟁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40㎞를 뛰고 죽은 것이 마...
▶그녀가 술상을 차린다. 잔뜩 찌푸린 양미간과 꽉 다문 입술이 고집불통이다.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박복해보이고, 코끝이 뭉툭해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인다. 뺨이 움푹 들어간 게 궁기(窮氣)마저 흐른다. 가슴이 풍만하고 둔부가 봉긋 솟아 뫼산 자(山)를 그리니 남자깨나 울...
▶핏물이 낭자한 침대에 여자가 쓰러져있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몸에 붉디붉은 혈루가 흐른다. 죽을힘을 다해 반항한 듯한 음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숨은 붙어있으나 분명 겁간(劫姦)의 흔적이다. 여자 옆에는 혼백이 나간 한 남자가 죽어있다. 이때 현관문을 밀치고 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더라면 세계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혀가 1㎝만 작았더라면 천하의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그녀의 치마폭에 놀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내 키가 10㎝만 더 컸더라면 지금쯤 3부 리그 축구선수쯤은 됐을 것이다. 유년...
▶잠이 깬 가을은 시나브로 발기해 있다. 마치 여인네의 치마 속을 헤집듯 아침바람이 처연하다. 짙은 솔향, 치렁거리는 햇볕, 창백한 오후, 쓸쓸한 민낯이 카마수트라의 성애를 닮았다. 남자들은 여인의 깊고 깊은 성소에 살을 부비듯 가을에 빠져든다. 사계절을 살며, 왜 유...
▶전어(錢魚)=물고기 이름에 돈(錢)이 들어갔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다. 그 맛이 좋아 서민들도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먹기에 전어라 한다. '자산어보'에선 모양새가 화살촉을 닮았다 하여 전어(箭魚)라고 썼다. 횟집 수족관마다 은빛노을이 일렁인다. 집나간 며느...
▶가난한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난 루소는 근대 시민혁명을 촉발한 선구자다. 그가 쓴 '사회계약론'은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그러나 루소는 고매함과 미천함이 뒤섞인 '원조 바바리맨'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자기 신체의 특정부위를 여자들...
▶(이젠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가수 이문세의 구수한 목소리가 돌담길을 떠돈다. 정동(貞洞)에 있는 덕수궁은...
▶투명비행기를 탄 원더우먼은 황금 올가미와 팔찌로 총알을 막아내는 세계 최강의 여인이었다. 특히 늘씬한 몸매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미모는 아이들마저 반해버렸고 이모뻘인데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600만불의 사나이’(스티브 오스틴 대령)는 4㎞밖을 볼 수...
▶1918년 시베리아로 출병한 일본군은 전투보단 섹스와 싸워야 했다. 7개 사단 중 1개 사단이 성병에 걸릴 만큼 공창(公娼) 때문에 오금이 저렸다. 일본은 이 어처구니없는 소모를 막기 위해 1931년 9월 만주사변 때부터 위안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국 창녀만...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 사기가 충만한 군대는 일당백으로 싸워도 이긴다.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는 6·25전쟁 때 한국까지 날아와 자국 병사들을 위문하고 돌아갔다. 우리 연예인들도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올리고 왔다. 어느 여가수는 속옷까지...
▶'꽃보다 할배'가 대세다. 4명(H4)의 할배들이 지구촌 배낭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F4(꽃보다 남자·싱싱했던 젊은 배우들)에 못지않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모두 이른 살(평균 76세)을 넘겼고 도합 302세다. 나이 70이 넘은 백일섭이 막내다....
▶우리는 ‘전두환’이라고 쓰고 ‘29만원’이라고 읽는다.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전직예우도 하지 않으며 일고의 존엄도 갖지 않는다. ‘귀양’ 가기에는 제법 찬바람이 돌던 1988년 11월 23일 전두환은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히고 백담사로 떠났다. 하지만 2...
▶정치1번지, 경제(증권)1번지로 불리는 여의도(汝矣島)는 조선시대 때 나의주(羅衣洲), 잉화도(仍火島·양화도)로 불렸다.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인 양말산이 홍수에 잠길 때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다하여 '나의 섬', '너의 섬'하고 말장난처럼 불렀던 게 지명의 유...
▶'아빠 어디가?'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연예인 아빠와 아이가 모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소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이고, 현실과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다. "아빠 어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빤하다. &...
▶눈이 쌓이면 간장이 익어가고, 낙엽이 쌓이면 고추장이 익어가던 장독대. 미명의 새벽, 어머니의 치성이 하늘을 감동시키던 그 장독이 사라졌다. 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기 위해 존재했던 사립짝도 종적을 감췄다. 마당과 고샅에서 왁자지껄하던 놀아 제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공중전화가 사라졌다. 동전 몇 닢을 먹고 사람과 사랑 사이를 이어주던 주파수가 소멸된 것이다. 소녀가 말없이 내밀던 손수건은 물티슈에게 자리를 뺏겼다. 거품면도가 그럴싸했던 동네이발소도 미장원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서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연탄은 석유와 전기,...
▶사랑했던 그 여인에게서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별의 채비를 모두 끝내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를 잊으려하자 점점 더 그리워졌고, 점점 더 절박해졌다. 그녀의 앳된 가슴이 애드벌룬처럼 부풀어 올라 풍금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