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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권 일우선박 회장이 본 ‘세월호 대참사’ 문제와 대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우선은 안전이다 헌데 많은 선박들이 기본잊고 운항중 관리·규제·인식… 총체적 부실 드러나

서정권 “사고후 땜질처방… 이대로면 또다시 허송‘세월’ 보낼판”

2014. 05. 01 by 김홍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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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권 일우선박 회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리나라 곳곳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하고 있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서정권 회장 <공주 출신>은 서정권 일우선박 회장(86)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공업학교를 졸업하고, 1947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1950년 2월 소위(해사 3기)로 임관했다. 그해 6월 6·25전쟁이 발발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고, 1·4후퇴 때는 원산에서 피난민들을 구조했다.

1974년 해군제독(준장)으로 예편하기까지 해상전투작전은 물론 구조분대 사령관으로 사라호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 동해안에서 여러 선박을 구조하는 활약을 했다.

예편 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친형인 김종락씨가 설립한 코리아타코마조선(주)의 전무이사를 거쳐 1979년 일우선박을 설립했다. 일우선박은 총 9척의 예인선으로 대형선박의 부두 접안과 이안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서 회장은 2012년 공주시에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성금을 기탁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겨 있다. 정부는 세월호 구조·수습 과정에서 대형 재난에 대한 대응책 미비와 위기관리 능력 부재 등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인재였음이 확인됐다. 국민안전을 등한시하는 해운업체와 비리사슬로 묶여있는 해운업계, 직업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승무원들로 인해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을 포함, 희생자가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다시는 이런 재앙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에 60년 넘게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정권 일우선박 회장을 지난달 25일 방문해 세월호 사고 원인은 무엇이고, 사고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 회장 사무실에서 진행된 일문일답.

-선박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육지와 달리 대피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 다른 운송수단도 마찬가지지만 배에서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장이 나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너가 잘못됐다. 배 주인이 제대로 된 선장을 고용했어야 했다.

500여명을 태우는 여객선의 선장을 공부도 제대로 안한 60대 후반의 노인으로 채용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선장의 경력 사항을 살펴보니 제대로 된 학교를 다닌 기록이 없다. 선장이라면 최소 해양고등학교는 나왔어야 한다.

해군사관학교나 해양대학을 졸업했다면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하는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를 탈 때는 안전이 제일 먼저다. 선장이나 선원은 모든 승객들이 먼저 내린 뒤 맨 나중에 내리는 것이 기본수칙이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는 선장, 그를 고용한 선주, 평소 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해운업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조선부문 세계 1위 국가인데 선박운용에서는 3류 국가 수준이다. 국가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박인으로서 울화통이 터진다. 젊은 학생들의 희생에 관계자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나는 요즘도 한 달에 한번은 여수 등 저희 회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는지, 아울러 배의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고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에서 중고 선박을 구입했다면 제대로 검사하고 수리해서 써야 하는데 돈만 벌기위해 배의 윗부분인 4층과 5층을 증축해 승객을 태웠다. 배는 안전 구조상 윗부분을 가볍게 하고 아랫부분을 무겁게 해 운항 중 배의 무게중심이 바다 밑으로 가게 해야 중심을 잃지 않는다.

세월호의 이런 구조 변경은 뱃사람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 배 중심이 윗부분으로 올라가면 태풍이 불거나 배를 회전할 때 결국 배가 넘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조류가 심할 때는 급속도로 회전하는 게 아니다. 또 안전을 위해 배 하단부에 물을 넣게 돼 있는데 세월호는 물을 넣지 않고 수송화물만 적재했다.

적재했어도 제대로 고정시켜야 했는데 그마저 소홀히 했다. 결국 수십 톤의 적재물들이 파도로 인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선박 내벽과 부딪쳐 배를 더욱 위험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은 높아지고, 적재 화물은 많았지만 무너진 균형을 복원할 능력은 세월호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도 문제다. 이런 상식을 지키지 않고 배의 중심이 위로 가게 해서 증축했는데도 허가한 것은 말이 안 된다. 허가 후에도 1년이나 2년에 한 번 씩 정기 검사를 하게 돼 있는데 검사를 통과했다는 게 결국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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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사고 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실 내에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이로 인해 사망자가 늘어난 건 아닌지, 아울러 선장은 사고 후 다른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가 있는가.

"세월호의 사고 대응은 말이 안 된다. 배가 기우는데 빨리 탈출하라고 해야지 기다리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가 침몰중인데, 위험하다면 승객들을 바로 탈출시켜야 했다.

선장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한 후 곧바로 탈출하라는 안내를 하고 아울러 비상구명정을 조치해 승객들을 태웠어야 했다. 이런 조치들을 다하면서 선장이 제일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다른 안전조치들을 하는 게 상식이다. 세월호 선장은 책임감도 없고, 무식하고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인물이다.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때까지 책임을 다 하고 맨 마지막에 탈출했어야 했다. 예전에 유럽에서 선박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선장이 먼저 탈출해 법정에서 수 천년의 구형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다. 세월호를 운영하는 해운업체도 문제가 많다.

선장이 총 책임자인데 선장의 급여가 270만원에 불과한 것만 봐도 이 회사가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개발선진국이고 특히 조선계통은 세계 1등인데 이런 수치스런 선박운영을 했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오너 회장은 안전문제에 전혀 관심 없고, 돈 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세월호는 1994년 6월에 일본에서 건조돼 18년 동안 일본해역을 운항하다가 청해진해운이 중고로 도입했다. 이런 경우가 많은지.

"여객선 내구연한을 최대 30년으로 상향조정한 2009년 이후 우리나라 해운업체들이 앞 다퉈 노후선박을 수입해 36척이 운항중이다. 선박수명 완화 시행 전 15년 이상 노후선박 수입비중은 29.4%였지만 2009년 시행 이후 노후선박 비중은 63.2%로 급증했다.

세월호의 경우 18년의 선령 선박을 수입해 올해 선령은 20년이다. 중고수입여객선 36척 중 16척은 일본에서 이어 노르웨이·싱가포르(각 3척), 중국(2척) 순으로 수입했다."

-사고 후 정부의 대처능력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총체적 부실이다. 모든 관계자들이 배의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선주협회 관계자와 수협인사, 예비역 해군장성들과 모임을 하는데 이때 해양수산부 공무원들도 참석한다. 이들에게 항상 바다에서는 안전이 제일이라고 강조했는데 배의 구조나 특성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선박 관계자 중 상당수가 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안전관리를 위한 장인정신이 요구된다. 선박운영 회사와 관련 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강력한 안전의식 고취가 우선이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지시했지만 이전에 시스템적으로 완비가 됐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사고가 나면 그때서야 대책 운운하며 땜질식 처방을 내곤 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지도자들의 책무이다. 아울러 어려서부터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제도를 개편해 유치원부터 안전이 제일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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