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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재정 지원 더하고 지자체간 칸막이 빼고 자체발전역량 곱하고 중앙정부권한 나누고

“풀뿌리 지방자치 살리자” 분주한 사칙연산

2013. 10. 03 by 김홍민 기자
▲ 논산 출신 정재근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이 새정부의 지방자치 패러다임인 지방3.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제공

정재근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은 지방자치와 분권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그는 민선 5기를 마무리하고 6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정부의 자치와 분권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국민에게 제시하기 위해 지방자치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정 실장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나아갈 방향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3.0’, 마을기업 사업 등을 소개한다.

-우리 지방자치의 나아가야할 방향은.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래 우리의 지방자치는 20년 남짓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각종 참여제도를 도입해 제도적 외형을 갖추었고,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이 강화됐으며, 특색 있는 지역발전이 이루어지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민선 5기를 마무리하고 6기를 대비하는 현 시점에서 그간의 자치제도 개선의 노력을 평가하자면,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지방의 자율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 덕택에 자치권이 확대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접근 방식이 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정부, 지방의회, 타 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능과 권한의 배분 등에 초점이 맞추어 왔다. 이로 인해 분명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권한은 강화됐지만, 정작 지방자치의 수요자이자 주체인 국민은 소외돼 왔다. 이는 자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로 이어져 자치의 효능감이 저하됐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민선 6기를 맞는 새 정부 지방자치의 청사진을 ‘주민이 행복한 성숙한 지방자치’로 제시하고 싶다. 성숙한 자치란 자치단체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책임성을 강화해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과 같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자치단체 그 자체를 위한 권한의 확대가 아니라, 주민 실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자율권의 신장을 추진하겠다. 이를 통해 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을 주민을 위해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확대된 권한을 지방 스스로 책임 있게 행사하도록 각종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지방의원의 윤리제도를 강화하는 등 자기책임성 확보장치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읍면동 주민자치회 실시,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통해 주민들이 생활 속의 문제들을 직접 참여해 해결하는 생활 자치도 강화해 나가겠다.”

-정부의 지방자치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달 양재동 aT센터에서 민선5기 지방자치 관련 박람회를 준비 중인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지방자치박람회는 ‘희망의 새 시대, 성숙한 지방자치, 행복한 주민’이라는 슬로건으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특히 오는 29일에는 ‘지방자치의 날’(10.29) 제정(2012.10.22)을 기념해 제1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정책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한국 지방자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그간의 발자취와 향후 지방자치·지역발전 분야의 비전을 전시하는 ‘주제관’, 각 시도별 특색이 반영된 우수 정책 사례를 전시하는 ‘시도홍보관’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치단체가 직접 참여해 지역의 우수특산품·향토명품을 소개하고 할인 판매하는 향토자원 전시관 120여개 부스도 운영한다. 주민서비스 체험수기 공모, 전국 사투리 콩트 경연대회, 자전거 국토순례 대행진 등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마을기업 업무도 맡고 있다. 추진배경과 전망은.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업이 ‘주식회사’라면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의 이익을 위해 만든 기업이다. 지역공동체의 중심인 ‘주민’을 구성원으로 해 마을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로 평가받는 현 시점에서 마을기업은 일자리를 기업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마을기업 육성사업은 올 6월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988개 마을기업이 운영 중에 있고 2017년까지 약 1700개 마을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충남의 경우도 올 6월말 기준으로 98개 마을기업이 운영 중(대전36개, 충남62개)이다. 대전 유성구의 ‘백세밀’ 마을기업은 우리밀 재배 체험과 가공·판매로, 충남 당진의 ‘백석올미마을’은 마을공동 재배 매실을 활용한 한과 및 떡을 제조·판매하고 충북 청주시의 평동 떡 마을은 경부고속도로 청주휴게소에 떡 직판장을 운영해 주민소득 증대와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마을기업설립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전에 충분한 교육과 준비 작업을 거친 후, 마을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판로 개척·경영 컨설팅을 통해 기존 마을 기업의 자생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방3.0’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패러다임인 ‘정부3.0’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정부 3.0’은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협력함으로써 국민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이다. 지방3.0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3.0을 주민과의 접점에 있는 지자체에서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3.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체적인 3.0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조기에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행부는 지자체가 우선 실천하는 것이 적절한 사업모델을 6개로 나누어 제시하고, 60개 선도과제를 선정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연쇄살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개선과 주민 안전을 위해 모바일 기술을 활용, 택시이용 시민의 승하차 및 이동정보를 가족 등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경북 문경시나 충남 아산시의 경우 지자체간 칸막이를 허물어 인근 지자체와 상하수도 및 폐기물 시설 공동 활용을 추진, 막대한 사회적·행정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방3.0 선도과제가 성공적인 우수사례로 결실을 맺어 전 자치단체로 파급·확산될 수 있도록 전문가 컨설팅 등 행·재정적 지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안전행정부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난달 4일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베스트 간부공무원 선정결과를 공개했다. 투표 결과 베스트 상사로 2년 연속 꼽혔다. 평소 직원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울러 공직자로서 근무 철학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을 가식 없이 대하자라는 점이다. 단순히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라, 공직의 선배로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을 갖고 후배를 대하기 때문에 가식 없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할 때에는 그 직원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자존감을 세워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질책을 할 때에도 직원의 눈치를 보고 에둘러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때에도 항상 상대방의 자존심은 존중하고 지켜주고 있다.

상대를 아끼는 진심이 통하기 때문인지 설령 질책을 받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또한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활용한 소통에도 노력하고 있다. 저의 공직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따뜻한 행정’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페라를 좋아해서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을 오페라에 비유하곤 하는데, 작곡가가 곡을 만드는 것은 입법권자들이 법률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고, 연주자 또는 성악가가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은 공무원이 정책을 집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오페라 곡이라고 하더라도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어떻게 노래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크기가 달라지듯, 똑같은 법률, 제도도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어떤 마음가짐, 어떤 철학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기느냐에 따라 국민께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엄격하고 기계적인 곡(曲)의 해석·연주보다는 연주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연주, 따뜻하고 인간적인 노래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듯,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항상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행정을 할 때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재근 실장(52)은 충남 논산 출신이다. 대전고(58회)와 고려대(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초와 광역 등 지방자치단체부터 공직을 시작해 내무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안전행정부 지방재정세제국장·기획조정실장)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독일 총영사도 역임하는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공직경험을 했다.

?그는 열심히 일한만큼 자신감이 넘쳐나는 스타일로, 1989년 대전시 기획계장 재직당시 시 발전계획 용역을 이례적으로 지자체 연구기관이 아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겨 ‘스케일이 다르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완구 충남지사 시절에는 도 기획관리실장으로 근무하며 충남도가 계획했던 도정을 한건도 빼놓지 않고 실현해 ‘불패도정’ 신화를 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런 성과와 성실성을 인정받아 안전행정부로 자리를 옮길 당시 외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청 대변인을 맡았다.

안행부 내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언론에서는 그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언행에서 언제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선배로서 부하 직원에게 강한 확신과 믿음을 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학구열로 재직 중에도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도시계획학 석사)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도 졸업했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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