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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예술혼 깨우는 오페라 대모

[인물포커스]강화자 베세토오페라 단장

2003. 07. 08 by 선태규 기자

"강 선생님은 오페라계의 독립운동가입니다."

베세토오페라 강화자(58) 단장의 한 제자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그렇게 지칭했다.

강 단장도 지난해 10월, 11월 일본과 중국의 공연을 떠올리며, "당시 내 느낌이 그러했다"고 웃으며 동조했다.

준비기간이 한 달밖에 안됐던 그 공연은 성악가, 지휘자, 연출가, 의상·소품·무대 디자이너 등 총 200여명 이상을 강 단장이 직접 캐스팅하고, 연출까지 맡았었다.

놀라운 건 그녀가 일본과 중국의 성악가들에게 한국말을 직접 가르쳐 한국어로 공연을 하게 했다는 점이다.

강 단장은 최근 '마술피리'라는 작품으로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 기사들 역시 독특한데 기사에는 '신인 발굴'과 '제자'라는 말이 꼭 첨가돼 있고, 곁들인 사진에는 제자들의 모습이 함께 실려 있다.

1968년 고 김자경 당시 오페라단 단장은 대학을 갓 졸업한 그녀를 무대의 주연급 배우로 발탁했다. 국내 최초의 연출가이기도 한 그녀는 아직도 당시의 감회를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신인시절, 고 김 단장이 후배들의 무대를 마련키 위해, 눈물 흘리며 표 팔러 다니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신인 발굴에 대한 뜨거운 애착은 이러한 기억들 때문이리라.

"죽기 전에 좋은 제자를 기르고 싶고, 단 하나의 재능인 음악으로 음지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강 단장은 요즘 들어 '죽기 전에~'라는 표현을 줄곧 쓴다. 어머니의 임종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병명이 암임을 알자 "내 소중한 자식, 나 때문에 고생하면 안되지…." 하시며, 링겔과 산소 마스크를 빼 달라고 한 후 곧바로 기도원에 들어간 어머니.

시골 공주에서 6남매를 재능따라 키운 어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남긴 시간은 겨우 1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병명을 뒤늦게 알린 탓이리라.

강 단장과 만난 날은 그녀가 이틀 연속 청주, 마산, 대구의 재활원과 감호소, 미혼모 보육소 등을 찾아 다니며 공연을 한 후 새벽에 도착한 날이었다.

잠이 가득한 갈색 눈빛으로 그녀는 "힘들었지만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색다른 장소에서 색다른 사람들을 만나 기존의 정열에 새로운 열정(그녀는 재롱이라고 표현했다)까지 담아냈다"며 강? 단장은 "정말로 보람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런 그녀와 인터뷰를 한 후 야외 오페라를 보러 갔다. "피곤해서 공연 내내 졸 것 같다"며 추위를 타던 그녀였으나 막상 막이 올라가자 공연 내내 배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팸플릿으로 입을 가리고, 안경을 코에 걸친 채 배우들을 지켜보는 모습이 일면 우스꽝스럽기도 했으나 그 진지한 열정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인가수를 찾아야 한다"며 찾은 오페라였으나 대다수 출연진들은 사실 그의 제자들이었다.

막간에 그녀는 고등학교 때까지 자란 공주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갔다. 코스모스 길을 동생 손을 잡고 걷던 얘기, 장맛비가 막 그친 후 갠 날 물에 발을 담그며 맑은 하늘을 쳐다보던 때, 방학 내내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부르던 기억, 문학적인 재능도 뛰어나 대회에 글을 낸 후 어디서 베낀 거 아니냐며 의심받았던 일 등.

그녀는 사회의 유명 인사이기도 하지만 공주가 키워 낸 아직까지도 순수한 소녀였다.

"예술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며 하소연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약 력>

▲45년 공주 출생 ▲68년 숙명여대 성악과 졸 ▲73년 보스턴 탱글우드 페스티벌 수료 ▲76년 미국 맨하탄음대 대학원 성악과 졸 ▲94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자과정 졸 ▲75년 골도부스커오페라단 단원 ▲81년 국립오페라단 단원 ▲91년 김자경오페라단 단장 ▲92년 음악이 있는 사회 뮤직포럼 대표 ▲96년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설립·단장(현) ▲서울예술단 전 이사, 전 연세대 음대 교수

▲오페라 '카르멘', '삼손과 데릴라' 등 200여회 주역 출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연출가로서 '마적', '피가로의 결혼',?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춘향전', '마술피리' 등 연출.[상벌]메트로폴리탄 그랑프리 수상, 한국음악비평가협회 음악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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