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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주요 교차로 가보니 운전자들 법규 준수율 10% 불과 신호등 있는 곳 조차 어기기 일쑤 “정지하면 뒤차 빵빵” 고충 호소 제도 현장 정착까지 아직도 ‘먼 길’

[르포] “어차피 안 걸려” 우회전 일시정지 알면서도 위반 수두룩

2024. 04. 03 by 함성곤 기자
3일 오후 5시경 원신흥네거리에 시범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에 적색 신호가 들어왔지만 스쿨버스는 정지하지 않은 채 신호위반 후 우회전하고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3일 오후 5시경 원신흥네거리에 시범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에 적색 신호가 들어왔지만 스쿨버스는 정지하지 않은 채 신호위반 후 우회전하고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를 알고는 있는데 멈추는 순간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하고, 어차피 안 걸린다는 생각에 그냥 가곤 해요”

2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 인근 택시 정류장에서 만난 60대 기사 A 씨는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날 만난 몇몇 시민들은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에 대해 대부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실생활에서 쉽게 지키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A씨는 “시내에서 우회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정차했다 가기에 번거로워 잘 지키지 못하게 된다”며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건 알지만,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차량 통행이 많은 서구의 주요 교차로를 찾아가 보니 법규를 준수하는 운전자는 드물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우회전 일시 정지’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이 아직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둔산동 문정네거리의 통행 차량을 20분가량 지켜본 결과 우회전 차량 34대 중 정차한 차량은 단 2대에 불과했다.

문정네거리는 지난해 4월 고 배승아 양이 사망한 스쿨존 구역으로 전방향 적색 신호체계(올-레드·All-red)를 도입한 교차로이기도 하다.

이후 학원과 아파트가 밀집한 크로바네거리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차량 42대 중 4대만이 우회전 일시 정지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선 전방 적색 신호에 빠른 속도로 우회전하던 차량이 보행자 신호와 겹쳐 급정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차량은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만 잠시 서행할 뿐 일시 정지를 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대전에서 우회전 신호등이 시범 설치된 원신흥네거리조차 우회전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20분간 6대의 차량이 우회전 신호를 위반했는데, 이 중에는 학생들을 태운 초등학교 스쿨버스도 있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도로에서 법규를 준수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반응이다.

대전 서구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운전자 백모(37) 씨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려고 하지만 정지하는 순간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며 “아직 모르는 시민들도 많은 것 같고, 나 혼자만 법규를 준수해서는 무슨 의미가 있나”고 답답한 기색을 드러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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