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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유성구 인력사무소 가보니 새벽부터 모인 인부 20여명 북적 추위·눈 예보에 중무장한 채 대기 절반은 허탈은 표정으로 발길 돌려 건설업 위축으로 인력시장 직격탄

한숨도 얼어붙은 인력시장… “일감 없어 절반은 빈손”

2024. 01. 09 by 박현석 기자
9일 유성구의 한 인력사무소의 외부 모습. 사진=강승구 수습기자
9일 유성구의 한 인력사무소의 외부 모습. 사진=강승구 수습기자
9일 유성구의 한 인력사무소의 내부. 일감을 찾은 인부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승구 수습기자
9일 유성구의 한 인력사무소의 내부. 일감을 찾은 인부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승구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박현석·강습구 기자] “코로나가 끝났을 때는 일감이 많았는데…새해 벽두부터 일거리 찾기가 힘드네요.”

9일 오전 5시 30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인력 사무소에서 만난 황 모(56) 씨의 푸념이다.

인력 사무소엔 황 씨같은 인부들로 북적였다.

경기가 안 좋아진 것이 체감된다며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인부들은 안전화와 마스크, 방한모 등 언제 어디서든 바로 일할 수 있도록 단단히 무장했다.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지고, 오후에 눈까지 예보된 터라 다들 준비가 남달랐다.

인력 사무소 한편엔 히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내부의 차가운 공기를 데우진 못했다.

이곳은 건설, 파출, 간병, 경비, 청소 등 다양한 직종의 일용직 노동자 채용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현장이다.

일당은 하루 16만원정도로 10%씩 빼도 타 지자체 대비 높은 편이라 20~30대 젊은층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사무소에 찾아온 인부 중 가장 오래 일하신 이 모(64)씨가 황 씨를 반갑게 맞았다.

이 씨는 “코로나 끝나고는 사업주들이 리모델링이나 실내 인테리어로 일이 많았는데 요새는 너무 어렵다”며 “오늘은 눈까지 온다고 해서 일하기 힘들겠다”며 한숨 섞인 대화를 나눴다.

일용직 인력사무소는 인력 시장 최전선에 있어 고용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제 정체가 풀리지 않은 시기에 건설업계마저 위축돼 일감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움츠려든 일감과 다르게 혹시나 하는 인부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사무실 문이 열리는 5시엔 6명이, 10분도 지나지 않아 12명정도가 들어왔고 1시간을 넘기면서 20명 가까운 장성들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6시 10분이 되자, 사무실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인력 사무소 소장이 인력 배치를 위해 업체별로 전화를 돌리는 시간이다.

인부들은 서로 간에 눈치를 살피면서 한 손에는 믹스커피, 다른 손에는 휴대폰으로 인력 시장을 검색하며 어색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추위와 함께 떨고 있던 다리는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보였다.

6시 15분이 되자 스피커로 한 사람의 이름이 불려졌다.

이름이 불려진 사람들은 먼저 가보겠다며 멋쩍은 인사를 남기며 하나둘씩 떠났다.

떠나지 못한 8명의 인부들은 초조함을 달래며 온 신경을 스피커에 집중했다.

6시 반까지 이름이 불리질 않으면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

시계바늘이 6시 반을 넘기자 박 모(49)씨는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쉬겠다”며 덤덤하게 소장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인력 사무소장은 “주변 공사장을 보면 건물이 올라가다가도 멈춰 있고, 주변 건설사들이 힘들다 보니까 일용직으로까지 여파가 내려오는 것 같다”며 “일감도 작년대비 30~40%정도 감소됐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박현석·강습구 수습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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