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16일 오후 1시경 찾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백동마을.
마을 안내석을 지나 안으로 향하자마자 잿빛을 띤 건물 여러 채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녹슨 철재 울타리 뒤로 외벽만 올린 잿빛 건축물이 우뚝 서 있었고, 그 건물에는 비계와 상판, 낙석 방지망 등이 설치돼 있었다.
건설현장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그 옆으로는 공사개요를 적은 종이가 찢어진 채 크게 훼손돼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사람의 흔적이 꽤 오래도록 닿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게 했다.
실제 이 건물들은 1995년 4개동 123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사업승인을 받아 건설에 들어갔지만, 2년 뒤인 1997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16년 4월 재개에 나섰지만 그해 10월 다시 공사가 멈췄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사실상 30년 가까이 버려진 건축물들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을의 미관을 해치기 충분했다.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 앞에서 만난 백동마을 주민 A씨는 "처음엔 아파트가 생긴다고 해 기대했는데 수십년째 흉물이 마을 입구에 버티고 있으니 보기 싫다"며 "하루빨리 철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혀를 찼다.
이날 오후 3시경 찾은 홍성군 남장리의 또 다른 공동주택 건설현장.
8층 높이의 건물 3채가 외벽만 갖춘 채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건물 벽면은 잿빛으로 물들어 칙칙했고 옥상에는 다수의 철근이 삐져나와 있어 누가 봐도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건물도 3개동 108세대 규모로 2007년 10월 착공됐다가 이듬해 5월 공사가 중단돼 현재까지 공정률 30% 상태에서 멈춰 있다.
도보 500m 거리에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가 위치해 있지만, 주거 수요가 미치지 못했는지 15년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건축물이 충남에만 35개소에 이르고 있다.
전국 288개소의 12%가 충남에 위치해 있으며, 이는 강원(41개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충남의 공사 중단 건축물 중 절반 이상(18개소)이 20년 이상 방치되고 있고, 용도로는 공동주택이 가장 많다.
이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물들로 인한 민원도 쏟아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건축물에 행정집행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건축주나 토지주들과의 연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사가 멈춘 건축현장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자칫 안전사고 우려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데, 사유지인 만큼 행정력이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