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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사는 노인들의 폭염나기 1평 단칸방 통풍 제대로 안돼 가만히 있어도 땀 비오듯 흘러 전기요금 걱정 에어컨은 사치

체감온도 40도 숨이 턱! 선풍기로 버틴다

2023. 08. 02 by 장예린 기자
청주 운천동에 거주하는 나모 씨가 좁은 방안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더위를 참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청주 운천동에 거주하는 나모 씨가 좁은 방안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더위를 참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날씨가 덥지만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에어컨은 엄두도 못내유."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단칸방에 거주하는 정모(58) 씨를 만난 것은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일 오후였다.

이날 청주의 한낮 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 듯 흘러내릴 정도였다.

하지만 정모 씨의 단칸방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냉방용품이라곤 작은 선풍기 한대가 전부였다.

더위에 지친 정 씨는 기자의 방문도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방안은 너무 더워서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1~2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통풍이 잘 되지않아 사우나에 온 듯 숨이 막혔다. 그의 말대로 밖이 더 시원할 정도였다.

정씨는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더워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 현재 일을 할 수 없어 수급비 지원을 받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폭염은 더욱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뇌경색을 앓고 있는 박모(67·여·우암동) 씨는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박 씨는 "더워도 코로나 때문에 행여나 감염될까봐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꼭 써야한다"며 "더운데 마스크까지 써야해서 아주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위 때문에 문을 열고 싶어도 밤에는 무서워서 문을 열지 못한다"며 "선풍기 하나만 세게 틀어놓고 무더위를 피한다"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청주 운천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모(72) 씨 또한 한여름 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는 현관문과 작은 창문까지 열어 놓았지만 여름나기가 녹록지 않다.

어두운 방안에서 홀로 더위와 씨름하고 있는 나 씨는 "불을 켜면 더운 느낌이 들어 형광등도 켜지 않는다"며 "온도가 32도만 넘어가도 몸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맞선 선풍기 한 대와 적막한 방안을 울리는 구형 라디오 한 대가 나 씨에게는 여름나기 물품의 전부였다.

나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어머니를 위해서 에어컨을 틀어드렸지만 지금은 혼자라 버티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다리가 불편하지만 집보다 밖이 더 시원해 너무 더울 때는 무심천 다리 밑을 찾는다"고 말했다.

나 씨는 "전기요금이 걱정 돼 절약하려고 신경쓰는 중"이라며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독거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위의 관심이라고 답했다.

나 씨는 "행정기관 같은 곳에서 수시로 방문해 더위에 지친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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