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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747번 버스 종점, 그날을 기억하고 추모하다 시민 자발적 추모공간 마련… 국화꽃과 포스트잇으로 가득 "너무 가슴 아파… 마음으로나마 명복 빌어주고싶어 찾아"

국화 내음 벗삼아 우리 눈물 길삼아 … "오송 참사 희생자들 외롭지 않길"

2023. 07. 25 by 장예린 기자
▲ 한 가족이 2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게시판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사진=장예린기자

[충청투데이 장예린 기자] 사뭇 다른 비가 내린 25일 747광역버스 종점, 국화 향기가 흩뿌린 빗물에 젖어든다.

하늘도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 공간이 사라짐을 슬퍼하는 듯.

열흘 전 그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수마(水魔)는 원망스럽기만 한 데, 오늘 내린 비는 추모객들의 눈물을 감춰주니 사뭇 다르기만 하다.

이곳엔 오송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14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기리고자 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숱한 시민들의 눈물과 한숨으로 천착된 추모의 시간이 그 허(許)함을 마치는 날이다.

"가덕 상대리에 살지만 이 곳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김성동(49) 씨.

그들의 영면으로 가는 길에 말벗이라도 되고 싶은 듯 메모지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어내려 간다.

‘부디 아픈 이 생의 기억 모두 잊고 그 곳에서 편안히 잠들기를 소망합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 게시판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청주시민의 발이 되어 안전운전에 최선을 다하셨던 747버스 기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 아들로 32년동안 살아줘서 많이 고맙고 사랑해. 그곳에선 행복해야 한다.’. ‘누구보다 든든한 우리 오빠, 항상 보고싶고 그리워.’….

가득 놓인 국화꽃마저 고개 숙여 그들을 추모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처연(凄然)하고 비통(悲痛)하다.

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아 추모글을 적던 임경민(31) 씨는 "이태원 참사나 오송 참사처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며 "마음으로나마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천안에 있는 딸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 추모공간을 찾은 조모(83·여) 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버스를 타고 가다 참변을 당했으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정류장 바로 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3·여) 씨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끔찍하다"며 "평소 편의점을 찾던 손님들 가운데 희생자는 없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겁고 슬프다"라면서 멍한 표정으로 국화꽃을 바라본다.

이제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현실의 공간은 사라지지만, 우리들 마음 한 켠엔 영속(永續)하는 추모의 공간이 존재하리니.

부디 국화 내음 벗삼아, 우리들의 눈물을 길 삼아 천상(天上)으로 가는 길 외롭지 않게 가소서. 부디.

장예린 기자 yerinis683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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