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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반복되는 청소년 극단 선택, 무엇이 문제인가] 자녀 하원 기다리는 학부모 차 줄지어 정차 편의점선 중·고등학생들 늦은 저녁 해결 초등학생들 대용량 아메리카노 마시기도

[늘어나는 청소년 극단 선택] 둔산동 학원가 가보니… 지친 아이들, 새벽돼야 하루 끝난다

2023. 07. 20 by 노세연 기자
오후 9시경 대전 둔산동 학원가. 사진=노세연기자 nobird@cctoday.co.kr
오후 9시경 대전 둔산동 학원가. 사진=노세연기자 nobird@cctoday.co.kr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19일 오후 9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학원가. 9~10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길가에서 힘없이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중간중간 하품을 하며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아이는 자신을 데리러 온 차량이 나타나자 가방을 고쳐 매고 차에 탑승했다.

그 뒤로도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학원을 마치고 나와 거리에 잠시 서 있다가 이내 부모님의 차를 타고 사라졌다.

‘대전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둔산동 학원가에선 매일 밤 흔히 펼쳐지는 광경이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어린 자녀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이곳 부모들의 당연한 역할이자 일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길 한편에는 자녀의 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들의 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었다.

완벽한 미래를 위해 자녀와 부모가 합심해 구성한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힘이 들 법도 한데 아이들은 지금의 노력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불평이나 불평을 일체 하지 않았다.

인근 수학학원 수강생 김모 양(12)은 "매일 밤 9시에 집에 가서 학교 숙제를 하고, 학원 숙제를 하고, 이어서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새벽에 잠드는 게 일상이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서 할 만하다"며 "나 뿐만 아니라 여기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가엾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아주 가끔은 ‘이렇게 살다가 인생이 끝나진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근처 편의점에선 중고등학생들이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1인용 테이블에 앉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음식을 베어 물고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또래 친구가 앉아 있는데 학생들은 서로 일체 말을 걸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했다.

모 유명학원에서 도보 1분거리에 위치한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한모(20대) 씨는 "쉬는 시간 맞춰 아이들이 우르르 커피를 마시러 내려온다"며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친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가서 마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도록 이곳 학원가에는 노란색 버스와 승합차가 물밀 듯 밀려 들어오고 또 빠져나가며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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