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17일 정오경 찾은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이날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최근 2~3일 집중된 호우 피해가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마을 도로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산자락과 하천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 나뭇가지, 아직 덜 자란 과실이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었다.
청남면에는 지난 14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550.5㎜의 강수량이 쏟아졌다. 특히 16일 새벽 대흥리 지방하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민 203명이 청남초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비가 주춤하면서 청남초에는 70~80대 노인 10여명만 남아 있었고, 대부분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숨 돌리는 것은 잠시일 뿐, 수재민들은 이내 수해의 상흔을 마주해야 했다.
무너진 제방으로부터 1.5㎞ 거리에서 사는 A씨는 집안까지 들이친 물폭탄으로부터 쓸 만한 가재도구를 찾느라 분주했다.
한때 1.6m 높이의 창문까지 물이 차올라 집이 사실상 잠겼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갑자기 하천 물이 들이치니까 몸만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3년 전 크고 세련된 집으로 지었는데…”라며 망연자실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터전을 복구해야 하는 것은 농사꾼 역시 마찬가지다.
인양리에서 밭농사를 하는 한재희(80) 씨는 자기 논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씨는 “잠깐 쓰러진 벼는 다시 세우면 살릴 수 있는데 이미 3~4일 지났다”며 “비닐이나 종이상자 등을 치우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씨의 논 주변으로는 아예 벼 전체가 납작 엎드린 논이 있는가 하면, 물이 다 빠지지 않은 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농가의 피해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8년차 농부 이재식(60) 씨의 하우스 4동은 이번 집중호우와 하천 제방 붕괴로 모두 침수된 상태다.
이 씨는 지난해에도 퍼부었던 호우의 악몽이 올해도 되살아났다고 절망스러워했다.
청양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이 씨는 “평년 5000만원을 벌었다면 지난해엔 1000만원 건졌다”며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지원받은 것은 농약대 100만원 남짓뿐이었다”고 울먹였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