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대전 정림동 주택가 가보니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림동 물바다 저지대 주택가 토사 섞인 황토물 몰려와 침수 겪었던 코스모스아파트 주민도 불안

[르포] 집안까지 들이닥친 빗물… "쑥대밭 돼버린 집… 살림살이가 둥둥 떠다녀"

2023. 07. 16 by 노세연 기자
▲ 폭우가 휩쓸고 지나가 침수된 서구 정림동 주택의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충청권 전 지역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지난 15일 대전의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인 서구 정림동 주택가에 매서운 ‘물폭탄’이 들이닥쳤다.

시간 당 수십 ㎜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변 하천은 사나운 기세로 불어났고,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빗물은 일제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몰렸다.

하천 제방보다 낮은 구역에 위치한 정림동 지역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다.

‘제발 그만와라’, ‘이제 그만 멎어라’하는 주민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섭도록 퍼부었다.

특히 하천과 인접한데다 주변이 산지로 둘러싸인 저지대 주택가엔 토사 섞인 황토물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 들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집안까지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A씨는 "다른 집으로 대피하려고 언니에게 전화를 하려던 참에 집에 빗물이 차는 것을 보고 머리가 새하얘졌다"며 "‘이대로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기록적 폭우가 내렸던 전날 밤 A씨를 비롯해 정림동 주민 18명은 가까운 마을회관 등으로 황급히 몸을 피해야만 했다.

그로부터약 이틀이 흘렀지만 피난민들은 집안 살림살이와 마당 물건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A씨는 "대전은 이제야 비가 슬슬 잦아드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쑥대밭이 돼버린 집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복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극한의 호우가 대전을 덮쳤던 그날 밤, 정림동 다세대 주택가도 안심할 수 없었다.

2020년 끔찍한 침수의 악몽을 겪었던 코스모스 아파트 주민들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코스모스아파트 E동 주민 김 모(67)씨는 "비가 오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길래 밖에 나가 살펴보니 빗물이 못 빠져나가 하수도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며 "걱정되고 불안해서 잠도 한숨 못 자고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이 아파트에는 장마철 돌입과 동시에 모래주머니·양수기 등 각종 침수방지대책이 동원됐다.

매년 장마철 심각한 비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데에 따른 조치로, 실제 이번 폭우에서 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맹렬히 퍼붓는 비에도 안심하고 잠들기 위해선 임시방편보다 근본적 침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만난 이모(53) 씨는 "비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로 아파트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수년 째 침수 피해를 겪고 있지만, 이렇게 쑥대밭이 돼버린 동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