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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주택 불타고 농기계도 잿더미 서부면 야산 숲 사라지고 검은 언덕만 주택 복구 속도속 일부 임시거처 생활 “불나는 순간 아직 선명” 트라우마 호소

[르포] 홍성 화마 휩쓸고 간지 100일…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

2023. 07. 10 by 김지현 기자
10일 오전 11시 경 충남 홍성 서부면의 한 야산. 나무와 풀, 땅이 모두 불에 타버려 검게 변했다. 사진=김지현 기자
10일 오전 11시 경 충남 홍성 서부면의 한 야산. 나무와 풀, 땅이 모두 불에 타버려 검게 변했다. 사진=김지현 기자
10일 오전 11시 경 충남 홍성의 한 야산에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10일 오전 11시 경 충남 홍성의 한 야산에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전용철 씨가 산불 잔해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전용철 씨가 산불 잔해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전용철 씨가 산불 피해를 입은 자신의 집 뒷마당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전용철 씨가 산불 피해를 입은 자신의 집 뒷마당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A 씨가 거주하고 있는 조립식 건물. 사진=김지현 기자
A 씨가 거주하고 있는 조립식 건물. 사진=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불똥이 우리 집 지붕으로 떨어지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10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 서부면의 한 야산, 검게 그을린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 4월 2일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잔해들이다.

산불은 나무뿐 아니라 풀, 땅까지 모두 태워 울창했던 숲의 모습은 지워버리고 검은 언덕만 남겼다.

11일 기준 산불이 발생한 지 꼬박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산불이 할퀴고 간 것은 산림 뿐 만이 아니다.

홍성 서부면에 살고 있는 전용철(77) 씨는 이번 산불로 2층 집 중 1층이 전소됐다.

농기계 창고에도 불이 붙어 전 씨의 손때가 가득했던 농기계들도 모두 불타버렸다.

전 씨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불타버렸던 집이 80%가량 복구가 됐지만 아직도 집 뒷마당엔 검게 그을린 불 자국들이 가득하다”며 “화재 흔적을 지우는 것은 1년이 지나도 역부족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로 인한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 씨는 “집에 불이 붙었던 모습들이 꿈에서도 나온다”며 “집 곳곳에 남아있는 화재 흔적이라도 빨리 지워버리고 싶어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은 전 씨뿐만이 아니다.

전 씨의 이웃인 익명을 요청한 70대 A 씨는 당시 산불로 집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

불타 사라진 집은 가족과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해 지난 2006년 A 씨가 직접 지은, 애정 가득한 집이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아내와 함께 조립식 건물에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

A 씨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산불을 끄다, 접시만한 불똥이 우리 집 지붕 위에 떨어지는 것을 직접 봤다”며 “집이 불타버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내 집이 그대로 있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담담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불타버린 집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밖 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마친 A 씨는 불타버린 집을 회상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월 2일 발생한 홍성 산불은 53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다.

이 산불로 1632㏊의 산림이 소실되고 주택 등 85동의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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