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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주차장 카트 관리 직원 숨진 외국계 대형마트… 다른 지점 가보니 매장 안 에어컨 세게 틀어 냉골 수준 반면 주차장 바람 한점 없어 숨 막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얼굴·몸 땀 나 근로자들 혼자서 약 10대 카트 날라

주차장 직원은 찜통 더위 근무 당연한건가요

2023. 07. 05 by 노세연 기자
대전의 모 대형마트 주차장 벽면이 외부와 통해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대전의 모 대형마트 주차장 벽면이 외부와 통해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와, 여기 어떻게 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너무 덥다."

평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통하는 자동문이 열리자 고객들이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걸어 나왔다. 사람들은 물건을 파는 매장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주차장이 너무 덥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주차장은 에어컨을 하도 세게 틀어 ‘냉골’이 된 판매 매장 쪽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 몸을 감쌌고, 내부에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아 숨이 턱 막혔다.

30℃를 웃도는 바깥 날씨를 그대로 닮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얼굴과 몸에 땀이 맺혔다.

이 마트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모 다국적 기업이 지난 1998년 대전지역에 개점한 매장이다.

얼마 전 이 회사가 운영하는 타 지역 매장에서 주차장 카트 관리 직원이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일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측에 대한 과실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주차창은 벽면 전체가 뚫려있어 외부 열기에 취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점은 다른 지역의 매장이지만, 이날 방문해 살펴본 대전 지점의 주차장은 사고 매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방이 뚫려 있어 외부의 더운 공기가 유입되지만, 찬 공기가 나오는 그 어떤 시설·장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후 1시, 오후 2시 시간이 흐를수록 강렬해지는 햇빛을 따라 주차장은 더 뜨겁게 달궈져 갔다. 이 같은 ‘찜통’ 더위 속 근로자들은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혼자서 약 10대의 쇼핑 카트를 끌어 나르고 있었다. 직원 1명이 카트를 6대 이상 끌면 안 된다는 이 마트의 취업 규칙은 명목 상 존재할 뿐이었다. 수년 전 이곳에서 카트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모(20대) 씨는 "근무 당시 하루에 2~3만보는 기본으로 걸었고, 특히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에 차량 엔진 열기와 매연까지 더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토록 가혹한 근무 환경은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똑같이 재현됐다. 대전지역 다른 대형마트의 주차장 역시 벽면이 외부와 통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독이 돼 내부를 더운 공기로 가득 메웠다.

금방이라도 도망쳐 나오고 싶을 만큼 무더운 주차장에서 직원들은 카트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옮기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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