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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쪽방수 1425개·주민 398명 달해 덥고 습한 환경탓 10분 만에 땀 ‘줄줄’ 에어컨은 고장 나거나 켤 엄두도 못내 주민들, 선풍기·얼음물 의지해 버틸뿐

[르포] 숨이 턱턱, 땀이 줄줄… ‘최악 폭염’에 더 힘겨운 쪽방촌 주민들

2023. 07. 03 by 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삼성동의 한 쪽방에서 박지명(가명) 할아버지가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삼성동의 한 쪽방에서 박지명(가명) 할아버지가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3일 오전 대전 쪽방촌 주민들은 한여름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슬레이트 지붕 아래서 묵묵히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습도까지 더해져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대전지역 체감온도는 31.6도에 달했다. 견디기 힘든 폭염 속에서 동구 정동과 삼성동의 쪽방촌 거리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주민들은 음습한 쪽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쐐며 더위를 식혔다. 삼성동 쪽방에서 50년가량 지내온 이민규(가명) 할아버지도 선풍기에 의지하며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었다. 벽에 걸린 에어컨은 3년 전 고장나 가동되지 않았다.

이 씨의 집은 삼성동 대라수아파트 주변 도시계획시설사업 2차 구간에 편입돼 있다. 머지않아 도시 개발에 따라 집을 비우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여름 한철을 나기 위해 에어컨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낮에는 더위를 피해 대전역사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 씨는 “하루 종일 집에서 선풍기와 텔레비전을 켜놓으면 전기세가 많이 나와 감당이 안된다”며 “역 대합실은 시원하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역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박지명(가명) 할아버지 역시 어두침침한 쪽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한 채 무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방에 에어컨은 설치돼 있지만 전기세 걱정에 아직 틀 엄두를 못 낸다. 찜통더위 속에 앉아 있으니 10분 만에 등줄기를 타고 흐른 땀이 옷을 적셨다.

하루 한두 차례 쪽방 한쪽에 마련된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샤워하는 것이 박 씨가 더위를 쫓아내는 방법이다. 허리디스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탓에 더위를 피할 만한 장소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박 씨는 “여름만 되면 덥고 습하지만 수십년 겪다 보니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며 “조금 더 버티다가 정말 견디기 힘들 때만 에어컨을 켜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정동의 쪽방촌 골목에서 마주친 한 할머니는 처마 밑에서 꽁꽁 언 생수통을 손에 쥔 채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그는 “집이 너무 더워서 밖에 있지. 여름엔 찜질방에 들어와 있는 거 같아”라고 토로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지역 쪽방은 1425개, 거주자는 398명이다.

대전시쪽방상담소는 올여름 폭염에 대비해 쪽방촌 주민, 주거취약계층 등 620여명에게 선풍기와 쿨토시, 쿨티셔츠 등 냉방용품과 시 수돗물 브랜드인 잇츠수 9000병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이달 중 모기약과 미숫가루 등으로 구성된 폭염키트와 먹거리 박스를 각각 650개씩 공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여름철 쪽방 주민 안전을 위해 비상운영체계를 유지하고 65세 이상 건강 취약자의 안부를 점검할 것”이라며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에게 폭염 건강수칙과 질환대처법이 나와 있는 홍보문도 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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