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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소년 아지트 룸카페 가보니 여러개의 출입문 통로 따라 배치 2평 내외 공간 매트리스·베개 구비 문 닫으면 방 내부·외부 완벽 차단

청소년 아지트 룸카페, 밀실에 침구까지… 영락없는 객실

2023. 06. 06 by 노세연 기자
▲ 대전지역 모 룸카페 내부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데이트 코스의 결정판, 내 방처럼 편안하게 즐기세요’

대전의 번화가 한복판에 모 룸카페를 선전하는 옥외 광고물이 보란 듯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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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내외의 비용만 지불하면 시간 제한 없이 간식과 게임, 영상물 등을 즐길 수 있는 룸카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놀이터다.

하교 후 곧장 귀가가 아쉬운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10대들의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룸카페로 향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지만, 사실 이 아이들은 미성년자 신분으로 가서는 안 되는 장소에 가는 중이다. 이들이 이용하려는 룸카페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밀실형’ 업소이기 때문.

지난달 개정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룸카페 등 장소 제공이 목적인 업장은 통로에 접한 벽면의 일부(바닥으로부터 1.3m이상∼2m이하)와 출입문의 일부(바닥에서 1.3m 부분부터 상단까지)가 투명하고, 그 어떤 가림막이나 잠금 장치가 없어야만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요건을 미충족한 업소는 내부 설비‧영업 형식 등을 고려해 성인 대상 영업만 허락된다.

하지만 이러한 범사회적 약속은 우리 지역사회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는 모양새다. 활발하게 영업 중인 지역의 한 룸카페를 직접 이용해보는 과정에서 규범과 현실 사이 괴리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지역 청소년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서구의 모 룸카페.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이용 방법을 안내 받는 동안에도 가게 안쪽에선 어린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길게 이어진 복도에는 일정한 구간마다 방으로 드나드는 문이 나있다. 여러 개의 출입문이 통로를 따라 규칙적으로 배치된 모습은 숙박 업소의 복도를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문을 열면 보이는 방 안의 모습도 영락없는 ‘객실’이었다.

2평 내외의 좁은 공간에 푹신한 매트리스와 베개는 물론이고 스마트TV도 구비돼 있어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었다.

문제는 문을 닫으면 방 내부와 외부가 완벽히 ‘차단’된다는 것.

문에 별도의 잠금 장치는 없지만, 두꺼운 출입문이 닫히면 밖에서는 절대로 방 안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평소 룸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정모(16·대전 서구) 양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는 게 이곳(룸카페)의 최대 장점"이라며 "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마음껏 먹고, 웃고, 떠들 수 있어 학업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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