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40년간 배농사를 지으며 올해같이 극심한 저온 피해는 처음이에요. 지금이면 배가 작게나마 과실을 맺혀야 하는데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11일 정오경 찾은 충남 천안 동남구 동면의 한 배나무밭. 청년 때부터 이곳을 일군 주인 주성응(61)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개화기를 지나 이달 배나무마다 열매가 맺혀야 하지만, 대부분 나무에서 과실이 실종했다.
배나무 1주당 과실 200개가 틔워야 한다는 주 씨의 설명과 달리, 이날 현장에서 본 나무들에는 과실 10개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주 씨의 배나무 밭은 1만 2000평 대지에 나무 1500주 규모인데, 동면 배농가 중 가장 크다.
배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낮은 봄철 기온 탓이다.
배꽃은 영하 1.7℃ 미만에서 30분 이상 노출되면 시들어 생산성을 잃는데, 올해는 높은 일교차로 4월에도 영하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 씨는 "새벽에 영하 4℃까지 떨어지니 배꽃이 버티질 못했다"며 "최근 5년 사이 저온 피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올해처럼 과실이 90% 넘게 사라진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과수 저온 피해는 주 씨 배나무밭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도에 따르면 10일 기준 신고된 도내 저온 피해는 1564농가 1226ha다. 도내 과수 재배면적(6312ha)의 19.4%에 해당한다.
특히 작물 중 배가 75%(920ha)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 배 재배면적이 2161ha인 점을 감안하면 도내 배 면적의 42.6%가 저온 피해를 입은 셈이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거의 모든 조합원이 저온 피해를 입었다고 보면 된다"며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문제이니 피해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나무는 1년에 단 한 번 과실을 맺기 때문에 저온 피해는 한 해 농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피해면적 1ha당 249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올해 농약과 영양제에만 2500만원을 투입했는데, 지원금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주씨의 설명이다.
그는 "연 1억원 정도 드는 인부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턱도 없다"며 "저온 피해를 예방할 열풍기 설치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보통 7㎏ 상자에 2만 5000만원인데 올해는 4만원까지 뛴다는 얘기가 있다"며 "수확이 좋으면 상자 8000개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400개는 나올까 싶다"고 염려했다.
김중곤 기자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