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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충남 배 농가 가보니 도내 배 면적 42.6% 저온 피해 극심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배꽃 못버텨 과실 1년에 단 한번 맺어 피해 더 커 정부 지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열매 없는 배나무… 온난화에 1년에 단 한번 뿐인 기회 잃은 농민들

2023. 05. 11 by 김중곤 기자
▲ 배 저온 피해가 극심하다. 나무에 달려 있는 과실이 정상적으로 맺힌 배이고 손에 들려 있는 것이 피해를 입은 배이다. 육안으로 봐도 작다. 사진=김중곤 기자
▲ 11일 충남 천안 동남구 동면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주성응(61) 씨가 자신의 배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5월인 이때는 나무에 배 과실이 작게 맺혀 있어야 하는데 지난달 저온 피해로 과실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40년간 배농사를 지으며 올해같이 극심한 저온 피해는 처음이에요. 지금이면 배가 작게나마 과실을 맺혀야 하는데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11일 정오경 찾은 충남 천안 동남구 동면의 한 배나무밭. 청년 때부터 이곳을 일군 주인 주성응(61)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개화기를 지나 이달 배나무마다 열매가 맺혀야 하지만, 대부분 나무에서 과실이 실종했다.

배나무 1주당 과실 200개가 틔워야 한다는 주 씨의 설명과 달리, 이날 현장에서 본 나무들에는 과실 10개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주 씨의 배나무 밭은 1만 2000평 대지에 나무 1500주 규모인데, 동면 배농가 중 가장 크다.

정상적인 배꽃(왼)과 저온 피해를 입은 배꽃(우). 정상적인 배꽃은 꽃 중심부가 파랗지만 저온 피해를 입은 꽃은 검게 변했다. 저온 피해를 입은 배꽃은 배를 맺지 못하고 죽거나 맺어도 과실 상태가 불량하다. 독자 제공
정상적인 배꽃(왼)과 저온 피해를 입은 배꽃(우). 정상적인 배꽃은 꽃 중심부가 파랗지만 저온 피해를 입은 꽃은 검게 변했다. 저온 피해를 입은 배꽃은 배를 맺지 못하고 죽거나 맺어도 과실 상태가 불량하다. 독자 제공

배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은 낮은 봄철 기온 탓이다.
 

배꽃은 영하 1.7℃ 미만에서 30분 이상 노출되면 시들어 생산성을 잃는데, 올해는 높은 일교차로 4월에도 영하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 씨는 "새벽에 영하 4℃까지 떨어지니 배꽃이 버티질 못했다"며 "최근 5년 사이 저온 피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올해처럼 과실이 90% 넘게 사라진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과수 저온 피해는 주 씨 배나무밭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도에 따르면 10일 기준 신고된 도내 저온 피해는 1564농가 1226ha다. 도내 과수 재배면적(6312ha)의 19.4%에 해당한다.

특히 작물 중 배가 75%(920ha)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 배 재배면적이 2161ha인 점을 감안하면 도내 배 면적의 42.6%가 저온 피해를 입은 셈이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거의 모든 조합원이 저온 피해를 입었다고 보면 된다"며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문제이니 피해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나무는 1년에 단 한 번 과실을 맺기 때문에 저온 피해는 한 해 농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11일 찾은 충남 동남구 동면 소재의 배나무밭. 나무마다 배가 작게 맺혀야 하는데 푸른 잎만 보인다. 김중곤 기자
11일 찾은 충남 동남구 동면 소재의 배나무밭. 나무마다 배가 작게 맺혀야 하는데 푸른 잎만 보인다. 김중곤 기자


정부는 피해면적 1ha당 249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올해 농약과 영양제에만 2500만원을 투입했는데, 지원금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주씨의 설명이다.

그는 "연 1억원 정도 드는 인부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턱도 없다"며 "저온 피해를 예방할 열풍기 설치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보통 7㎏ 상자에 2만 5000만원인데 올해는 4만원까지 뛴다는 얘기가 있다"며 "수확이 좋으면 상자 8000개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400개는 나올까 싶다"고 염려했다.

김중곤 기자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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