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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멈춰버린 태안의 기적, 잠자는 3000억원 5. 유류피해 기금 미사용에… 보상받지 못한 피해민들 [르포] 남당항 갯벌 가보니 바지락 채취에 바쁜 손과 달리 수확량 적어 표정 어두운 어민들 "유류피해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기금사용 방안 마련 목소리 커져

[멈춰버린 태안의 기적(5)] 남당항 어민들 "‘종패사업’ 진행됐다면 바지락 수확량 벌써 회복"

2023. 04. 27 by 김지현 기자
▲ 지난 19일 충남 홍성 서부면 어사리에서 김영주(72) 씨가 바지락을 캐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서해안유류피해 전과 비교하면 바지락이 절반도 안 나와요. 기금이 제대로 사용됐다면 지금쯤 바지락도 잔뜩 나오고 숨통이 트이겠죠."

지난 19일 오전 9시경 충남 홍성 서부면 어사항 갯벌엔 제철을 맞은 바지락을 수확하기 위해 나온 어민들로 북적였다. 바지락 채취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손과 달리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2007년 유류피해 이후 바지락 양이 급격히 줄었고, 수확량이 피해 이전의 절반 수준도 못 미쳐서다.

어사리에 거주하는 김영주(72) 씨도 이날 어민들과 3시간가량 바지락을 캤지만 20㎏ 바구니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김 씨는 "유류피해 전엔 하루에 30~40㎏씩 바지락을 캤는데 지금은 20㎏도 안 된다"며 "소득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해안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배분된 기금으로 바지락 종패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연합회는 삼성으로부터 유류 피해 보상기금 1043억원을 배분받아 2019년부터 충남 보령·홍성과 전북 5개 시·군을 중심으로 피해민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회가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기금 사용 계획서를 살펴보면, 바지락 종패사업이 계획돼 있다.

하지만 연합회는 내부 갈등 등을 이유로 배분받은 기금의 원금 986억은 손도 못 대고, 이자 125억원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계획했던 종패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기금 사용 기한은 올해까지로, 내년까지 남아 있는 기금은 지정기탁을 받았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수입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기금이 사용되지 않자 기금 사용 관리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와 모금회는 ‘자금짐행 규제’라는 고강도 조치에 나섰다. 유류피해 당시 가장 큰 아픔을 겪은 피해민들은 하루 빨리 기금이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 씨는 "종패사업이 진행됐으면 바지락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텐데, 기금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이유가 어떻게 됐던 빨리 기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의 존재를 모르는 피해민도 다수 있었다. 이날 오후 12시경 충남 보령 삽시도에서 만난 김인영(70) 씨는 피해민임에도 불구하고 기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다. 김 씨는 "기름유출 피해민이지만 기금에 대한 내용이나 설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며 "그런 게 있는 줄 알았다면 빨리 피해민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민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선 하루빨리 기금 사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강홍삼(58) 보령 장고도 이장은 "피해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보상을 받기 전에 돌아가신 분만 30명 가까이 된다"며 "남은 피해민들이 살아있는 동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금 사용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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