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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산불 피해 현장 가보니 민가 43곳 전소·10곳 반파 터전 잃은 주민 ‘망연자실’ 고령층 노인들도 상당수 임시 거처생활 건강 우려

[르포] 53시간 만에 불 꺼졌지만… “돌아갈 집이 없어요”

2023. 04. 05 by 김지현 기자
5일 12시경 최인자(83) 씨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12시경 최인자(83) 씨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12시경 최인자(83) 씨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12시경 최인자(83) 씨가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강당에 박영순(86) 씨가 산불이 난 대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강당에 박영순(86) 씨가 산불이 난 대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강당이 한산하다. 사진=김지현 기자
5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 강당이 한산하다. 사진=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집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집에 돌아갔는데, 나는 집이 다 타버려서 돌아갈 곳도 없어요.”

5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의 갈산중학교 강당은 전날과 달리 한산했다.

4일까지만 해도 이재민과 임시대피자, 자원봉사자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는데, 산불이 진화되면서 임시대피자와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5일 11시 기준 갈산중 강당엔 집이 타버려 갈 곳이 사라진 이재민 17명과 일부 자원봉사자만 남아있었다.

이번 산불로 집이 모두 타버렸다는 박영순(86) 씨는 나흘째 생활한 텐트에 홀로 남았다.

박 씨는 “같이 텐트에 있던 육촌 동생은 산불에도 집이 살아남아 불이 꺼지자마자 집으로 돌아갔다”며 “나는 집이 불에 모두 타버려서 돌아갈 곳도 없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한평생 살아온 집을 다시 되찾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 씨는 “나는 살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집까지 잃어 남은 것이 없다”며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집을 되찾은 뒤 눈을 감고 싶다”라고 울먹였다.

박 씨의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아들 정진관(55) 씨는 어머니 걱정에 나흘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정 씨는 “어머니가 고령이시고 지병도 있으신데, 언제까지고 학교 강당에서 지내실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화재 이재민들을 위한 대책과 지원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인자(83) 씨의 상황도 박 씨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12시경 홍성 서부면 양곡리에 있는 자신에 집에 찾아간 최 씨는, 뼈대만 남은 집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씨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온 집은 까맣게 그을린 벽만 남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최 씨는 “그동안 아끼고 안 쓰며 모아 온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며 “이 집이 내 집이니 나는 여기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집을 일으켜 세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나무나 풀은 다 불에 타 죽었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내 집이 다시 사람살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2일 오전 11시경 발생한 홍성 산불은 53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 주불이 잡혔다.

홍성군은 이번 산불로 5일 기준 민가 43곳이 전소되고 10곳이 반파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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