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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화재 대피소 가보니 홍성군 서부면 등 화마 휩쓸어 축사농가 돼지 860여 마리 피해 대피소 서부초 인근 산 불 번져 갈산고로 대피장소 변경되기도

[르포]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 거주지 걱정에 잠 못이룬 밤

2023. 04. 03 by 권혁조 기자
3일 오후 강풍으로 인근 산에 불이 옮겨 붙어 이재민들이 서부초에서 갈산고로 대피소를 옮기고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3일 오후 강풍으로 인근 산에 불이 옮겨 붙어 이재민들이 서부초에서 갈산고로 대피소를 옮기고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산불로 한순간에 집을 잃었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3일 오전 10시경 충남 홍성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산불대피소에서 만난 엄계용(75) 씨는 한평생 살아온 집을 한순간에 잃었다.

2일 홍성 서부면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는 엄 씨의 집을 삼켜버렸다.

그는 "처음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우리 집까지 전소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집이 다 타버린 모습을 보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밤새 잠도 한 숨 못 잤다"고 호소했다.

하룻밤 사이 홍성군 서부면 등을 휩쓸고 간 화마에 평생을 일궈 온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것이다.

엄 씨처럼 이번 화재로 인해 인근 마을회관, 학교 강당등으로 대피한 이재민은 서부초 25명 등 모두 236명.

대부분은 불길이 인근 민가로 번지는 것을 염려한 예방 차원의 이주였지만 화재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이재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홍성 서부면 주민 박영순(86) 씨도 당장 거처 마련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 씨는 "어제 저녁에 불에 탄 집에 다녀왔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가슴이 떨려 도저히 못 보겠더라"라며 "덮고 잘 이불도, 입을 옷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함수일(69) 씨는 이번 화재로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 860여 마리가 불어 타 죽는 피해를 입었다. 실제 이날 돌아본 불에 탄 가옥과 양돈 축사는 참혹 그 자체.

축사는 전소(全燒)돼 건물 전체가 형태만 남은 모습이었고, 곳곳에는 불에 탄 돼지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또 축사에서 반경 50m 가량까지는 화재 이후 발생한 악취가 코를 찔러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함 씨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축사에 불이 번져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키우던 돼지들을 한 순간에 모두 잃어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재민들의 고난은 이날도 계속됐다.

3일 오후 2시경 이들이 대피해 있는 서부초 인근까지 바람을 타고 인근 산이 불이 옮겨 붙어 홍성 갈산고로 대피장소가 변경된 것.

피해민 정순자(91) 씨의 딸 박정서(60) 씨는 "불길이 순식간에 대피소 바로 앞까지 옮겨 붙어 주민들이 많이 놀랐다"며 "대피소가 집에서 점점 멀어지니 불안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조·김지현 기자

홍성 화재로 불에 탄 가옥이 주저앉아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홍성 화재로 불에 탄 가옥이 주저앉아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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