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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최초 만세시위 3·16 인동만세운동 재현행사 열려… 두루마기 입은 시민 수백명 가두행진

쌀가마니 위에서 외친 "대한독립만세"… 104년 전 그날로

2023. 03. 16 by 노세연 기자
제20회 3.16 인동장터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제20회 3.16 인동장터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1919년 3월 16일 대전 인동, 한 청년이 골목길 한복판에 쌓여있는 쌀가마니 위에 올라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난데없는 외침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고, 사내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잠시 후 청년의 동지들이 나타나 태극기를 나눠주자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고, 광장은 이내 뜨거운 만세 함성으로 물들었다. 그로부터 104년이 흘러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후손들에 의해 그날의 의지와 함성이 재연됐다.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가 열린 16일 오후,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시민 수백 명이 만세로 광장 한가운데에 섰다. 머리에는 ‘독립 만세’라고 쓰여진 띠를 두르고, 한손에는 태극기를 굳게 쥔 모습. 이들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자 인동 일대에 거대한 태극기 물결이 일었다. 가두행진 참가자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한의 독립을 연호하며 선열들의 기개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되새겼다.

만세행진을 지켜본 손창식(67·대전 동구) 씨는 "3·16 인동 만세운동은 대전 최초의 만세시위로 알려져 있어 지역민들의 자부심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길고 길었던 코로나 생활이 끝나고 오랜만에 인동 만세운동 행사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뜻 깊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에 재개된 이날 인동장터 만세운동 재연행사에는 풍물놀이와 마당극이 마련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전문 마당놀이패가 일본군의 편에 선 아들과 이를 통탄하는 노모의 이야기를 담은 상황극을 펼쳤다.

마당극을 관람한 지역민 김선례(68) 씨는 "예전에는 이런 연극이 없었는데 올해 행사에는 새롭게 추가돼 매우 볼만했다"며 "특히 풍물놀이패가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를 더욱 돋우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해서 봤다"고 평가했다.

3·16 인동 만세운동을 주제로 한 전문 시인들의 창작시 낭송도 이어졌다. 이비단모래·이주영 시인의 ‘인동 장터에서 외쳤어라, 대한독립만세’가 행사장에 울려 퍼지자 일부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행사에 상황극이나 시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넣어 관람객에게 흥미를 유발했다"며 "재연 행사를 더욱 내실 있게 기획해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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