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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전통시장 가보니 설 대목인데 상인들 한숨뿐 작년보다 성수품가격 낮지만 손님들 가격 묻고는 돌아서 고물가 인식… 소비심리 위축 명절 연휴 캠핑·여행족 늘어 값비싼 대형마트는 인산인해

설 앞둔 전통시장 풍경 "손님 많아도 지갑은 열리질 않네요"

2023. 01. 19 by 권혁조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19일 대전 동구 중앙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상인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경찬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지난해보다 가격이 내렸는데도 비싸다고 돌아서는 손님이 태반입니다. 낼모레가 설인데도 소비심리는 살아나질 않네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과일 등 주요 명절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위축된 소비심리가 계속되면서 기대했던 명절 ‘대목’마저 실종됐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19일 오전. 대전 역전·중앙·도마·한민시장 등 지역 전통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었다.

매대마다 명절 성수품이 가득했고, 시장 내 거리는 명절을 준비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시장 곳곳에선 ‘한숨’만 가득. 이날 대전 중앙시장을 찾은 이 모(74) 씨는 "사과 3개에 1만원, 배는 1개 5000원, 버섯 한 근은 5000원 수준"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차례상에 올릴 음식이랑 손주들 좋아하는 고기류만 최소로 샀는데도 30만원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상인들은 "지난해 설 대비 과일 등의 가격은 소폭 하락세, 채소류 등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최근 물가 대비 설 차례상 비용은 오히려 낮아졌는데도 손님들이 가격만 묻고 비싸다며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에서 조사한 ‘우리 동네 장바구니 물가 정보’ 등을 보면 사과(후지 10개)는 2만 3700원, 배(신고, 10개)는 2만 9100원으로 지난해 2만 4620원, 3만 9660원보다 각각 4%, 27% 낮아졌다.

채소류는 양파(1㎏, 1830원→ 2660원), 건고추(1만 3000원→ 1만 5000원) 정도를 제외하고 배추, 무, 파, 마늘 등 대부분의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소고기(탕국용) 3만 1537원→ 3만 1349원(-0.6%), 소고기(산적용) 4만 9306원→ 5만 159원(1.7%)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공공요금(23.1%)과 식용(45.1%)·밀가루(31.6%) 등 공업제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고물가’ 인식 탓에 위축된 소비심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명절 차례상이 간소화되고 있고,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고향’ 대신 가족 ‘여행’이나 ‘캠핑’을 떠나는 명절 트렌드 변화에 전통시장의 명절 대목을 느끼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찾은 시내 한 대형마트는 전통시장대비 제수용품 비용이 17.9%(5만 8000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 비싸지만 명절 준비, 캠핑용 음식 등을 사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구에 거주하는 임 모(38) 씨는 "몇 년 전부터 명절에 차례를 모시지 않고, 가족끼리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며 "이번 설에 아이들과 근교로 캠핑을 가서 먹을 음식 등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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