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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겨진 부여 수재민들 수마로 충남 250여채 파괴·침수 보상금 합쳐도 새 집 짓기 어려워 임시조립주택 생활 현재진행형 3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못 미치는 7.5평서 할머니·손주 2명 살아

[르포] 폭우에 뺏긴 보금자리, 그들은 아직 집에 가지 못했다

2022. 11. 02 by 김중곤 기자
▲ 충남 부여 은산면 거전리에 마련된 임시조립주택에서 수재민 김태영 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의 임시조립주택이 옆에 지어진 이웃의 주택과 대비된다.
▲ 충남 부여 은산면 거전리에 마련된 수재민 유재순 씨의 임시조립주택. 유 씨는 셋이 사는데 홀로 사는 김 씨와 같은 7.5평 크기의 조립주택에 머물고 있다.
▲ 충남 부여 은산면 거전리에 사는 수재민 김태영 씨의 임시조립주택 내부. 7.5평 크기의 분리형 원룸으로 작은 공간인데도 짐이 빼곡히 놓여 있지 않다. 김 씨는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집이 무너지면서 가재도구까지 모두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지난 8월 중순 중부지방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충남에서 주택 250여채가 파괴 또는 침수된 가운데, 약 80일이 흐른 아직도 5가구는 안전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일 부여 은산면 거전리 입구에서 굽이굽이 꺾인 언덕길로 약 1㎞ 올라가자 컨테이너로 된 임시조립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임시조립주택 옆에는 거주자 김태영(81) 씨가 주택 뒤로 세워진 둑을 점검하고 있었다.

김 씨는 지난 8월 중순 집중된 호우로 임시조립주택 자리에 있던 자신의 집을 잃었다.

당시 그는 진료를 위해 서울에 있었던 터라 목숨은 건졌지만, 삶의 터전은 산에서 떠밀려온 큰 돌 수십개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다.

김 씨는 "숟가락 하나조차 건지지 못했다"며 "여생을 보내고자 전 재산으로 지은 집이었다"고 울먹였다.

집이 무너진 이후 김 씨는 마을회관에서 약 1달간 지내다가 지난 9월말 부여군에서 지어준 임시조립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임시조립주택의 크기는 7.5평, 수도와 전기, 가스가 잘 공급되긴 하나 그가 원래 살던 집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공간이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8월 수마로 집을 잃은 이웃 유재순(80, 여) 씨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유 씨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손주 둘과 함께 임시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3명이 살지만 크기는 김 씨와 같은 7.5평. 정부가 정한 3인 가구의 최저주거기준은 10.9평이(36㎡)다.

유 씨는 "그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무너지는 소리가 났고 손주들과 간신히 집에서 뛰쳐나왔다"며 "컨테이너가 좁아 힘들 텐데 충격 때문인지 투정 하나 부리지 않는 손주들에 마음이 무겁다"고 탄식했다.

지난 8월 14일 새벽 부여에 ‘역대 8월 최고 수준’인 시간당 110㎜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8월 중순 집중호우로 충남에서는 주택 8채가 전파, 19채 반파, 228채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전파 피해 5가구는 아직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자체가 마련한 임시조립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정부의 전파 보상금은 1600만원. 기타 성금을 합친다고 해도 새 집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이들 수재민이 언제 다시 안전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다.

임시조립주택의 거주기간은 1년 연장 포함 최대 2년이다.

김 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50만원 남짓이 유일한 수단이라 집을 다시 짓는 것은 사실상 포기했다"며 "내년에도 조립주택에 있어야 할 텐데 또 비가 오는 날이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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