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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인쇄 특화거리 가보니 달력 등 제작 주문 많던 시기지만 ESG경영·디지털화에 수요 급감 펄프값 지난해比 50% 이상 급등 입찰·계약 포기 사례까지 나타나 "인쇄물 20~30% 지역 할당제 필요"

[르포] 가장 바빠야 할 시기에 적막… 인쇄업 고사 직전

2022. 11. 02 by 권혁조 기자
대전인쇄특화거리의 한 인쇄업체에서 일감이 없어 대표가 홀로 앉아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대전인쇄특화거리의 한 인쇄업체에서 일감이 없어 대표가 홀로 앉아 있다. 사진=권혁조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11월은 1년 중 가장 바빠야 할 시기인데 물량이 하나도 없어요. ‘연말 특수’는 커녕 길거리에 나 앉게 생겼습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인쇄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ESG 경영과 디지털화 등에 종이 인쇄물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탓에 달력·다이어리, 보고 자료 등을 본격적으로 제작해야 하는 ‘최대 성수기’에도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2일 전국 3대 인쇄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대전역 인근의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의 ‘대전 인쇄특화거리’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의 인쇄업체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동의 한 인쇄업체 대표 A 씨는 "10월 말~이달 중순까지는 은행, 기업 등의 달력 제작 수요가 몰려드는 시기인데 주문이 하나도 없다"며 "대면 행사가 끊겨 인쇄물 수요가 줄었던 코로나19 보다 요즘 상황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가 완화된 이후 행사·세미나 등이 재개되면서 각급 단체의 홍보자료, 보고서 등의 제작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보고서는 전자매체로 대체되고, 경영난에 기업들은 홍보용 달력 제작까지 줄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역 내의 상당수 기업들은 ESG 경영과 탄소중립 등의 실현을 위해 일회용품이나 종이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고물가 여파에 종이의 주 재료인 펄프 가격이 전년대비 50% 이상 급등하면서 공공기관 등의 입찰이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인쇄업계의 주장이다.

입찰 이후 종이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납품단가는 입찰 당시의 계약 금액만 인정받는 구조라 납품을 하면 되려 업체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의 대형 인쇄업체들이 월등한 자본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공공기관 등의 인쇄물을 독식해 가고 있는 점도 지역 인쇄업체들의 경영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박영국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앙 공공기관의 인쇄물까지 일부 수도권 대형 인쇄업체들이 수주, 전국의 인쇄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 인쇄물의 20~30%정도는 지역 할당제가 필요하다"며 "인쇄업체들은 대개 소공인이다. 정부·공공기관 차원에서 고물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사후 정산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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