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가격만 묻고 돌아서는 손님이 태반입니다. 지갑을 열지 않네요."
‘추석 대목’에도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고물가 탓에 기대했던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이어 찾은 대전 역전·중앙·도마·한민시장 등 지역 전통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었다.
매대에는 추석 성수품이 가득했고, 시장 내 거리는 고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살인적인 수준의 물가 급등으로 지갑을 여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 곳곳에선 ‘한숨’만 가득.
이날 중앙시장을 찾은 정 모(73·여) 씨는 "애호박 하나에 3000원, 부추 한 단에 4000원은 칠십평생에 처음 보는 가격"이라며 "명절은 다가오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마음 편히 추석을 준비할 수 있는 서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시름하는 것은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중앙시장에서 20여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 모 (68·여) 씨는 "지난주보다 시장을 찾는 손님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지만 매출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하던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도 오히려 제수용 생선을 구매해 가는 손님은 30~40%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로 추석 차례상 비용이 치솟아 서민들이 물건 구매를 꺼리면서 상인들까지 추석 특수가 아닌 추석 한파를 겪고 있는 것. 실제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시지부가 조사한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백화점, 대형유통매장, 대형슈퍼, 전통시장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전통시장조차 지난해 대비 10.0%가량 오른 26만 1698원으로 조사됐다. 시금치(71.2%), 배추(69.8%), 무(50.4%), 밀가루(43.6%), 두부(43.0%), 대파(41.3%), 부침가루(34.3%) 등 추석 성수품 36개 품목 중 26개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지역화폐 혜택 축소가 소비심리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천 대전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전통시장은 온통대전의 한도와 혜택이 축소된 이후 시장 상인들의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며 "지역화폐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손님들은 꼭 필요한 물건만 소량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