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2020년 여름만 떠올리면 두려움부터 몰려듭니다.”
당시 대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거주민 1명이 사망, 수십 여명이 고립된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시간당 50㎜가 넘는 비로 또 다시 호우특보가 내려진 10일, 기자는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던 해당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수해를 입은 지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여전히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E동 주민 윤석자(73) 씨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2층에 살아서 집 내부까지 물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바로 아래층인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 이어 2층 에어컨 실외기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물이 차오를 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느꼈고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서 나서야 구조보트를 타고 겨우 겨우 구조됐다”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또 다른 E동 주민 이모(65) 씨는 “그때 아파트 한 동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E동 앞 노인회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며칠 간 집을 떠나 친적집에 머물러야 했다”며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당시 상황이 생각나 심적으로 매우 힘들고 실제 피해를 입었던 1·2층 주민 다수가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해가 두 번 바뀌었지만 주민들은 끔찍했던 2020년의 7월을 잊지 못한 모습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재침수 방지책 마련과 피해사실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형태로 복구된 노인회 건물 앞에서 만난 선 모(85) 씨는 “2년 전과 비교해 별다른 침수 예방책이 세워지지 않았고 이 곳 주민들은 폭우가 내리면 여전히 불안함에 시달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수혜 사건 2년이 지나도록 경제적·심리적 보상은 깜깜이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공무원들이 하수관로 관리를 소홀히 해 벌어진 ‘인재’인데 행정당국에선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전체 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피해 보상을 주장해도 행정당국에선 정식으로 고소절차를 밟으라는 배짱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