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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명 사망·수십여명 고립 주민들 “아직 무섭고 불안해” 실제 피해 입은 저층세대 다수 심적 고통 못 이겨 이사가기도 주민들 "행정당국, 보상 외면"

‘물폭탄 악몽’ 대전 정림동 아파트 가보니… 후유증 여전

2022. 08. 10 by 노세연 기자
2년 전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사진=장심결 수습기자
2년 전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사진=장심결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2020년 여름만 떠올리면 두려움부터 몰려듭니다.”

당시 대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거주민 1명이 사망, 수십 여명이 고립된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시간당 50㎜가 넘는 비로 또 다시 호우특보가 내려진 10일, 기자는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던 해당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수해를 입은 지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여전히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E동 주민 윤석자(73) 씨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2층에 살아서 집 내부까지 물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바로 아래층인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 이어 2층 에어컨 실외기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물이 차오를 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느꼈고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서 나서야 구조보트를 타고 겨우 겨우 구조됐다”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2020년 폭우 당시 119구조대원들이 폭우로 고립된 주민들을 보트를 이용해 구조하고 있는 모습. 충청투데이 DB
2020년 폭우 당시 119구조대원들이 폭우로 고립된 주민들을 보트를 이용해 구조하고 있는 모습. 충청투데이 DB

또 다른 E동 주민 이모(65) 씨는 “그때 아파트 한 동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E동 앞 노인회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며칠 간 집을 떠나 친적집에 머물러야 했다”며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당시 상황이 생각나 심적으로 매우 힘들고 실제 피해를 입었던 1·2층 주민 다수가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해가 두 번 바뀌었지만 주민들은 끔찍했던 2020년의 7월을 잊지 못한 모습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재침수 방지책 마련과 피해사실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형태로 복구된 노인회 건물 앞에서 만난 선 모(85) 씨는 “2년 전과 비교해 별다른 침수 예방책이 세워지지 않았고 이 곳 주민들은 폭우가 내리면 여전히 불안함에 시달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수혜 사건 2년이 지나도록 경제적·심리적 보상은 깜깜이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공무원들이 하수관로 관리를 소홀히 해 벌어진 ‘인재’인데 행정당국에선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전체 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피해 보상을 주장해도 행정당국에선 정식으로 고소절차를 밟으라는 배짱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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