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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름나는 대전역 일대 쪽방촌 주민들 전기요금 인상돼 선풍기로 버텨 세탁기 없어 매일 손빨래 ‘고역’ 날씨 습해 마르지 않아 냄새도

[르포] 찜통더위 속 샤워 못하고… 고물가에 끼니마저 위협

2022. 07. 13 by 김성준 기자
13일 오전 문진성(가명) 씨가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13일 오전 문진성(가명) 씨가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요즘 더워서 돌아다니지도 못 하고 집에만 있지. 그나마 오늘은 비가 와서 선선하구먼."

13일 오전 대전 동구 삼성동 쪽방촌에 사는 문진성(가명) 씨는 비가 오면서 잠시 누그러진 더위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이날 대전의 낮 기온은 28도로 줄곧 30도를 웃돌았던 주중과 달리 비교적 낮은 기온을 보였다.

문 씨는 햇볕이 들지 않는 2평 남짓한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홀로 여름을 나고 있었다. 방에 쌓인 컵라면 용기와 눅눅한 벽지, 벽과 천장에 슨 곰팡이, 방 한편에 놓인 두터운 약봉지가 문 씨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루 중 대부분을 집에만 있는 그에게 텔레비전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다.

변변한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집에서 샤워라도 할라치면 한쪽 구석에 설치된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씨름해야 했다.

문 씨는 "건강이 나빠서 하루에 먹는 약만 7~8가지 되는데 이 더위에 나갔다가 혹시라도 쓰러질까봐 집에만 있는다"며 "샤워는 거의 못 하고 쪼그려 앉아 물로 땀만 닦아내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역 일대의 쪽방촌 주민들은 예년보다 가혹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등록된 쪽방촌 주민 400여명은 기록적인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것은 기본이고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물가급등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쪽방촌 주민 이건수(가명) 씨는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여름을 나고 있었다. 이 씨는 "더워서 바람이라도 들어오게 창문을 열어 놓고 싶지만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주취자가 있어서 문도 못 열어 놓는다"고 하소연했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에어컨 가동은 언감생심이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적용되는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가 5원 인상됐다.

그는 매달 지급 받는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40여만원으로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매달 자치구에 지급하는 도로점용료와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 공과금을 제하고 남는 돈으로는 식비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그는 "돈이 부족해서 외식은 꿈도 못 꾸니 주로 장을 봐서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데 최근 들어 식재료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마트에서 매번 사오던 물품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장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최연주(가명) 씨는 세탁기가 없는 탓에 여름철만 되면 빨래와 전쟁을 치른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손빨래를 매일 하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다"며 "날씨가 습해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냄새가 많이 나지만 참고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쪽방상담소 관계자는 "혹서기에 힘들어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방문해 폭염피해가 없는지 확인하고 희망진료센터와 연계해 의료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여름 이불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방역물품 등 다양한 후원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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