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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사랑방’ 역할했지만 코로나로 영업 기반 흔들려 규모 큰 서구 목욕탕도 수익 ↓ 폐업했어도 철거 비용 억대 대덕구 찜질방 1년여간 방치 "목욕탕 없으면 추억 사라져"

가족 나들이·바나나 우유… 목욕탕 따라 추억도 증발

2022. 03. 23 by 서유빈 기자
▲ 지난해 5월 폐업한 대덕구 C사우나찜잘방 주차장 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지역민의 사랑방, 사라지는 대중목욕탕>

<글 싣는 순서>

<上> 문 닫는 지역 목욕탕

<中> 한자락 추억마저 위태위태

<下> 벼랑 끝에 선 지역 목욕업계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목욕탕이 생존 위기에 처했다. 올해 들어 대전지역에서 운영 중인 목욕탕은 100개도 채 남지 않은 실정이다. 심지어 지속되는 경영난으로 운영을 중단했지만, 수억원대 시설 철거 비용으로 방치돼 있는 목욕탕도 부지기수다. 주말이면 가족, 이웃들로 북적이던 목욕탕. 서로 등을 밀어주던 초록색 때수건. 개운하게 목욕을 마친 후 바나나 우유 한 잔. 목욕탕의 존폐와 함께 시민들의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도 흐려지고 있다. 지역 목욕업계는 앞으로도 매년 목욕탕 10곳 이상씩이 폐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10년 후에는 더 이상 동네 목욕탕을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본격적인 사양길을 걷고 있는 지역 목욕업의 실태를 살펴보고 지원책과 대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어릴 땐 놀이터였고 지금은 일상 속 피로를 지우는 쉼터죠. 오래 전부터 다니던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게 아닐까요?"

23일 오후 1시. 대전 서구에 위치한 A 목욕탕에는 사우나를 하거나 찜질을 즐기는 등 한가로운 평일을 보내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해당 목욕탕은 지역에서 목욕 시설 규모가 큰 축에 속하고, 근처 아파트 단지가 많아 평소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이날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여탕을 찾은 손님은 10여 명 정도 있었다.

시민들은 묵은 때와 함께 근심과 걱정을 흘려보내거나 목욕을 마친 후 탈의실 중앙에 마련된 평상에 앉아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시민 B 씨는 "타지에서 놀러 온 지인들과 함께 개운하게 씻으러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A 목욕탕의 경우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수익이 반토막 나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A 목욕탕 관계자는 "코로나 전 영업 실적이 100이라면 지금은 30~40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한 달에만 1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손해가 나니 그동안 번 것에 대출까지 더해 겨우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가스·전기료가 어마어마하게 나가는데 직원이 4명을 넘어 소상공인에도 포함이 안돼 각종 정부 지원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목욕탕은 비교적 주거 환경이 열악했던 200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지역민들의 추억의 공간이자 아직까지도 고령층 사이에서 사랑방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목욕업 특성상 온수, 가스 등 원자재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데다, 현재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운영이 어렵다는 일선 목욕탕들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심지어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목욕탕, 찜질방에 설치한 기계를 철거하는 비용도 억대가 소요돼, 이도 저도 못하는 목욕탕도 다수다.

대덕구 그랜드사우나찜질방, 매직24사우나찜질방, 서구 일웅스파랜드 등은 경영난을 못 이겨 이미 폐업했지만, 방도를 못 찾은 채 수개월 째 방치돼 있는 상태를 볼 수 있었다.

그랜드사우나찜질방의 경우 코로나 첫해였던 2020년 12월 폐업을 결정하고 벌써 1년 3개월 여 동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랜드사우나 관계자는 "원래 목욕업은 겨울에 벌어서 여름에 먹고사는 업종인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여름은 특히 적자가 많이 났고 적자를 메우려면 겨울에 더 벌어야 하지만 도저히 회복의 기미가 없었다"며 "2020년에만 6~7억 적자가 나는 등 오히려 문을 닫으면 0인데 열면 마이너스일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전 외에 수원, 오산, 평택에서 운영하던 목욕탕도 전부 문을 닫았고, 코로나가 좋아지면 다시 해야 할 생각조차 안 들어서 건물을 매각하던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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