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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특보 내린 14일 오전… 혹독한 추위 견디는 쪽방촌 주민들 수도 얼어붙고 보일러 고장나 전기장판·히터만으로 겨우 버텨 "하루 5장 쓰는 연탄도 부담"… 다닥다닥 붙은 쪽방들 화재 위험도

[르포] "혹한에 보일러도 없이"… 대전 쪽방촌 힘겨운 겨울나기

2022. 01. 15 by 김성준 기자
▲ 대전역 인근 쪽방촌의 한 노후 주택 내부 모습. 사진=김성준기자
▲ 대전역 인근 쪽방촌의 한 노후 주택 내부 모습. 사진=김성준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대전 중구 정동의 쪽방촌 주민들은 영하 8~9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노후된 주택의 수도는 꽁꽁 얼어붙었고 석유보일러가 없는 집들은 연탄보일러, 그마저도 없는 집들은 전기장판과 히터만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날 만난 쪽방촌 주민 김점선(81·가명) 할머니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실내에서도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털모자와 버선,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중무장했지만 낡은 집 천장과 벽, 문틈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달 보일러가 고장나 전기장판과 선풍기형 히터만이 3평 남짓한 할머니의 방에 온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보일러가 고장났는데 수리비가 100만원쯤 든다고 해서 안 고치고 있다"며 "보통 겨울을 나려면 난방유가 네 드럼 가량 들어서 부담됐는데 차라리 잘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기장판을 오래 켜놔서 한 달에 전기세가 4만~5만원 정도 나오는데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전기세가 부담돼 평소 히터를 꺼두고 침대 위 전기장판만 켜고 이불속에만 있다. 수돗가도 꽁꽁 얼어 있어 세수할 때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이강무(80) 할아버지도 연탄보일러의 온기로 혹독한 겨울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4-5장 가량 사용하는 연탄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 대전지역 쪽방촌.  사진=김성준 기자
▲ 대전지역 쪽방촌. 사진=김성준 기자

그는 "한 달에 보통 150장 정도의 연탄을 쓰는데 수입이 변변치 않으니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형편"이라면서 "겨울철에는 추워서 씻는 것도 곤욕이다. 예전에는 목욕탕을 자주 갔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목욕탕도 제대로 못 간다"고 말했다.

쪽방촌의 노후주택들은 겨울철 화재에 매우 취약해 보였다.

방 크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히터 등 겨울철 난방기 주변에 여러 물건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었다. 선풍기형 히터 바로 옆에는 침대와 이불, 수건 등이 쌓여 있어 자칫 화재로 이어질까 불안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지난 12일 대전 정동의 한 숙박시설(쪽방)에서 불이나 60대 남성이 전신에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전 중구 삼성동에 위치한 쪽방촌도 화재에 취약해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좁은 골목길 한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들은 한 가구에 불이 나면 다른 집으로 불이 쉽게 옮겨 붙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일부 집들의 처마는 가연성 물질인 플라스틱으로 돼있었다.

대전시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쪽방촌 주택들이 노후돼 있다보니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에 대비해 집집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고 단독감지형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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