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당신들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 충청인 < 사람들 < 큐레이션기사 - 충청투데이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충청인

"당신들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2022. 01. 02 by 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3년 차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 등 숨은 영웅들은 오늘도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방역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별진료소 간호사, 역학조사관, 방역택시기사, 코로나19 대응 공무원을 만나 고충과 소망을 들어봤다.

▲ 김춘임 대전선별진료소 간호사

[하루 PCR 검사만 3천번… 시민 응원으로 며칠 버텨]
12년차 간호사… 일반 병원 나와 현장 뛰어들어
근무 초기 1분 넘게 걸리던 검사, 40초로 줄어
"힘들어도 따뜻한 응원 한마디에 큰 보람 느껴"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마스크를 벗고 해외로 여행갈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는 게 소원입니다."

김춘임(36) 대전시 선별진료소 간호사는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 12년차 간호사인 김 씨는 지난 8월 9일부터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일반 병원을 나와 코로나 최일선 현장으로 뛰어든 지 어느덧 반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씨는 "간호사로서 한번쯤 국가를 위해 봉사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내 자식들이 앞으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엄마로서도 보람된 일일 것이라 생각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시행하는 PCR 검사 대상자만 하루 3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선별진료소의 근무 강도는 높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하루 1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일 살인적인 근무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근무에 임하고 있다. 워낙 많은 수의 검사를 진행하다보니 이젠 몸이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일에 익숙해졌다. 그는 "근무 초기에는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시민의 신원을 확인한 뒤 목젖과 콧속 검체를 채취해 수송배지에 담는 일련의 과정이 손에 익지 않아 고생했다"며 "1분 넘게 걸리던 검사 과정을 이젠 40초 만에 해결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늘 헌신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지만 힘 빠지는 순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검체 채취를 할 때 아프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도 화를 내는 시민들이 더러 있습니다. 아픈 환자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냐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분들도 계신데 무례한 행동들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그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시민들이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시민들이 검사를 받은 뒤 건네는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에 큰 보람을 느껴요. 며칠 전에는 어떤 남성분이 ‘고생한다’는 말과 함께 수제버거 세트 20개를 주고 가더라고요. 시민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말 한 마디로 며칠을 버팁니다."

김 씨는 다시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즐거운 연말을 보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조금만 참아주길 바란다"며 "일상 회복에 모두가 동참해 평화로웠던 예전의 모습이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 임금식 대전 중구 코로나 담당 공무원
▲ 임금식 대전 중구 코로나 담당 공무원

[밤낮없는 확진자·민원 발생… 그래도 의욕 넘쳐]
"힘든 가운데 끈끈하게 쌓인 동료애, 저희 자부심"
IEM국제학교 집단감염, 신속한 대처로 확산 막아
"마스크 벗어 던지는 날 오길… 저와 온 국민의 소망"

"밤낮없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민원이 발생하지만 그 가운데 서로 의지하고 독려하며 끈끈하게 쌓인 동료애가 저희 자부심입니다. 많은 공무원들과 의료진은 코로나 최일선에서 ‘코로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금식(58) 중구보건소 건강정책과 감염병관리담당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 최일선을 지키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주민들의 안전을 사수하고 있는 임 씨지만 2년이 다 돼 가도록 코로나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임 씨는 "선별진료소 운영을 비롯해 방역소독, 자가격리자 관리, 격리입원치료비 지원, 격리 해제 통지서 발급 등 지금은 재택치료 관리까지 업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많은 주민들이 코로나로 힘들고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모든 상황을 겪고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많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구에서 학교와 유치원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에 대한 걱정이 크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마음이 쓰여서다. 검사의 두려움과 확진에 대한 무서움이 앞설 텐데도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격려의 말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부쩍 나기도 한다.

올해 초 IEM국제학교 집단감염 사태도 임 씨에게는 큰 기억으로 남았다. 임 씨는 "당시 학생들을 먼저 선별진료소로 이동시켜 신속한 검사를 진행하고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했다"며 "무엇보다 확진 학생과 학부모의 접촉을 차단한 것이 신의 한 수였는데 만약 그때 차단하지 않았다면 전국으로 확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구의 경우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직원들의 자리 이동 없이 총괄 대응하고 있다. 그 사이에 업무가 늘어 보충된 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코로나 최전선을 지키는 중이다.

몸과 마음이 고된 순간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의욕이 가득하다. 임 씨는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경험하고 느낀 코로나는 정말 변덕스럽다"며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3차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에서 벗어나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날이 오는 것이 온 국민의 소망일 것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최현철 방역택시기사

 [승객과 말 한마디 못 나누지만… 마음으로 다 느껴져]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 두려움 이겨내고 지원
4명 기사 중 현장 가장 많이 출동하는 ‘1등 기사’
"희망 잃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결실 있을 것"


"방역 택시에 탑승한 손님과는 일상적인 대화조차 하기 어렵죠. 안부를 묻거나 감사하단 말 한마디 못 나누지만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최현철(49) 씨는 얼마 전부터 방역복을 입고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재택 치료자 이송을 위한 방역 택시 기사로 활동하게 되면서다. 소속된 지역 택시 운송조합에서 방역 택시 업무에 투입될 인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짧은 고민 끝에 자원했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 최전방에 간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최 씨는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는 마음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현장으로 걸음했다.

최 씨는 "코로나 확진자를 태우고 운행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처음에는 부담이 적잖았다"며 "방역복도 입고 소독을 열심히 하다 보니 두 번째 운행부터는 먼저 솔선수범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 씨가 모는 방역 택시는 지난 15일부터 본격 운행되고 있다. 정부의 재택치료 의무화 지침 이후 기존 보건소와 소방서 응급차들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고 재택치료자를 전담 이송하는 방역 택시가 영웅처럼 등장한 것이다. 총 4명의 방역 택시 기사 중 최 씨는 단연 현장에 가장 많이 출동하는 ‘1등 기사’로 꼽힌다. 최 씨는 "기사 4명이서 3명은 근무, 한 명은 비번 방식으로 하루 8시간씩 방역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최전방에서 일하고자 했던 다짐처럼 출동이 뜨면 무조건 간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가 2년 여를 바라보는 가운데 가까운 곳에서 코로나 현장을 바라보는 심경도 전했다. 최 씨는 "새벽 시간에 엄마와 아이 두 명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한창 뛰어놀 어린아이들이 학교도 못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저도 아들이 있어서 빨리 코로나가 안정돼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전했다.

재택치료자를 태우고 운행할 경우에는 방역복과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 답답할 법도 하지만 최 씨는 "겨울이라 그런지 할 만 하다"고 미소 지었다.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최 씨는 긍정의 힘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최 씨는 "환자가 무사히 병원 진료를 마치고 귀가할 때 오늘도 한 명을 잘 모셔다 드리고 치료를 잘 받게 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 씨의 방역 택시는 오는 3월 중순까지 운행될 예정이다. 최 씨는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서 창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학생, 모든 사람들이 평온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밤낮없이 고생하는 의료진 등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새해소망을 덧붙였다.

▲ 이상우 대전시 역학조사관

[역학조사하다보면 하루 끝… 팝콘 먹으며 영화 보고파]
"휴일·퇴근 후에도 일… 쉴 때 못 쉬는게 힘들어"
일부 확진자 비협조적 태도·거짓 진술 등 고충
"발열 등 증상 나타나면 선별진료소 방문 부탁"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우(27) 대전시 역학조사관은 일상회복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씨는 지난 4월부터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해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고 건물의 밀폐 정도,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조사하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휴일이나 퇴근 후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쉴 때 제대로 쉬지 못 한다는 점이 힘든 점이죠. 지난 5~6월에는 대전지역 학원에서 확진자가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30분 단위로 역학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역학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확진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나 거짓된 진술도 이 씨가 역학조사관으로서 느끼는 고충 중 하나다.

이 씨는 "CCTV 자료나 카드사용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동선을 파악하지만 이런 자료가 없을 때는 확진자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분들이 있어서 가끔 동선파악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의료진들의 고충에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역학조사관들이 업무상 겪는 어려움도 상당히 많습니다. 한 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는 역학조사관은 의사가 부족해 대신 야간 당직 근무를 서기도 합니다. 선별진료소 간호사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의료진분들 모두 건강 챙기면서 일하셨으면 합니다."

이 씨는 기침과 발열 등 코로나 감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했다.

"겨울이 되니 코로나 증상을 감기로 착각해 단순히 해열제만 복용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가까운 자치구나 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꼭 PCR 검사를 받길 바랍니다."

이 씨는 확진자가 한 자리 수에 불과했던 예전처럼 새해에는 코로나 확산세가 대폭 줄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이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모두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 일선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의료진들이 편해지는 그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준·서유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