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외국여행을 떠나는 우리 국민 비율은 전체인구의 40% 정도. 10명 가운데 4명이 해외나들이를 하는 셈.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출국자 수는 IMF시기 얼마간의 침체를 제외하고는 줄곧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국내 관광인프라 부족과 고비용, 불친절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제주도 여행비용에 조금만 보태면 동남아 관광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짧게는 대마도 1박2일이나 중국 청도 2박3일부터 유럽, 미주, 중남미 지역 중장기 코스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상품이 나와 있지만 자유화 초기에 비해 코스 개발이 더딘 편이다. 식상한 일정에 덤핑 상품가, 옵션과 쇼핑 과다로 인한 불만 등 우리나라 해외여행의 현주소는 여전히 시야가 불투명하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크게 대비되는데 국내여행 비율이 해외여행을 월등히 압도하면서 인구 대비 출국자 비율이 우리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해도로부터 오키나와에 이르는 다양한 관광지 분포도 그렇고 일본 관광업계의 선진 마인드는 내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중요요인이 된다. 이런 양국 간 대비되는 관광현실에 가세하는 변수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열기. 나날이 확대일로에 있다지만 아직은 일부 계층에 한정된 관광수요임에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사회경제문화 측면에서 미칠 영향은 크다. 행여 실속 없는 장사로 문화접변에 따른 부작용, 가중되는 환경오염은 물론 관련 중국기업만 배불리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확한 셈법이 필요하다. 중국 당국에서도 폭증하는 외국여행자들로 인한 숱한 문제점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는지 중국 곳곳에 국외 여행자 지침을 붙여놓았다<사진>. 이런 훈계, 계몽조의 행동강령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예전 그리고 지금도 여전한 우리 해외여행의 자화상, 민낯을 보는 듯 여러 생각이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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