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이어 곧 또 다른 정당이 태동할 전망이다.

이재오·최병국 전 의원 등이 추진 중인 '늘푸른한국당'이 창당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신당을 표방하는 이들이 내세운 창당기조는 '정의로운 국가·공평한 사회·행복한 국민'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 같은 창당기조를 실천하면서 기존의 정치판을 새롭게 바꿀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모든 정당이 간판을 새롭게 달 때마다 국민들에게 내세운 게 모두 ‘낡고 부패한 기존의 정치를 바꾸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늘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받들겠다고 장담했고, 그들은 오늘도 또 다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그들에게 초(?)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과거 선거 때처럼 '반짝 정당', '선거용 정당'을 만들어 가뜩이나 힘든 국민을 기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만큼 정당의 이름이 자주 바뀌는 나라도 드물다는 점이다. 정당 정치가 오래된 영국이나 미국은 보수당·노동당, 공화당·민주당이라는 당명을 각각 10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은 국민의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되면 곧바로 당명부터 갈아치운다. 짧게는 1~2년에 한 번씩 바꾸기도 한다.

민주, 정의, 자유, 한국, 통일, 국민 등 웬만한 이름은 다 끌어다 썼다. 그러다 보니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신당, 민주통합당 등 기상천외한 언어를 조합한 정당들이 수없이 태동과 명멸을 반복했다. 순 우리말이라는 미명하에 새누리, 더불어 등 당명만 봐선 이념이나 노선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정당까지 태동한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번에 창당을 서두르는 늘푸른한국당의 경우를 보더라도 산림녹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뭘 푸르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새로운 신당을 꾸리거나 당명을 바꾸지만, 그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새로운 간판을 내세우거나, 그 간판을 바꿔다는 성형수술을 한다고 민심이 바뀌지는 않는다.

흔히, 우리는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이들을 ‘철새’에 비유한다. 철새가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며 수만리 하늘 길을 날아다니는데서 착안한 말이다. 선거 때만 되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평소의 정치적 소신을 내팽겨 치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구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밥에 그 나물인데 그들이 다시 손을 잡든, 떨어져 나가 신당을 만들든, 늘 선거 때마다 봐왔던 풍경이라 감흥도 없다. 더 이상 써먹을 당명도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러다간 영어나 국적불명의 언어를 끌어다 써야 할 판이다.

늘 새로운 이름을 찾아 붕당(朋黨)과 분당(分黨)을 반복하지만, 이 나라 정치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서민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처럼 100년 넘게 한 길을 걷는 정당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 10년 만이라도 줄행랑 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는 정당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실질적 변화 없는 겉포장 바꾸기는 정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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