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규식.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유치환, '행복' 부분

우체국의 미덕, 특히 편지의 즐거움을 이이상 더 명쾌하고 산뜻하게 나타낸 글이 또 있을까. 전보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특히 손편지의 소멸은 단순히 사회변화의 징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 시는 1960년대 또는 그 이전,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내던 시절의 설레임과 애환을 이메일이 점령, 대체해버린 이 시대에 새삼 환기시켜준다. 이름과 주소를 정성스럽게 눌러쓴 편지봉투를 조심스레 뜯어 편지지를 꺼내 읽어내려가는 느낌을 이즈음 젊은 세대는 상상할 수 있을까. 문자로 카톡으로 메일로 또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나누는 안부며 인사에는 그래서 애틋함이 덜하다.

정부나 관련 기관단체에서 앞장서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벌여봄직도 하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시대, 즉각적인 전달과 반응도출에 익숙한 사회에서 손편지는 조급함을 덜고 인스턴트화되는 감정과 의사표현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체국을 감성순화, 인성함양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만 하다. 우표를 사고 소포를 부치고 우체국 금융업무를 보는 이외에도 점차 메말라가는 정서를 북돋우고 깨우쳐줄 여러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가능한 장소로 우체국만한 곳이 어디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베트남 호치민시 중앙우체국<사진>은 건축미학적으로도 훌륭한 문화재, 관광지로서의 기능은 물론 정서교류의 역사가 온전히 보전, 확산되는 수준높은 문화공간으로 손꼽을 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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