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특권(1)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참 좋은 법이다. 진작 나왔어야 했다. 공짜로 밥 먹고 공짜로 선물 받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니 '한국판 포청천'이다. 잘못된 것은 뜯어고쳐야한다. 이제 제돈 주고 밥을 사먹어라. 이제 선물도 오버해서 사지 마라. 그러면 깨끗하다. 김영란법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안주고 안 먹으면 굳이 쫄 필요도 없다. 법에도 눈물이 있지 않느냐고 굴종하지 말고, 눈물 흘릴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참으로 고약한 예외조항이 있다. 징벌 대상에서 국회의원들을 제외시킨 것이다. 어쩌면 국회의원들 때문에 만든 '법'일지도 모르는데 국회의원만 쏙 뺐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원은 한 해 1억원이 넘는 세비를 받는다. 여러 명의 보좌진에게도 세금으로 봉급을 준다. 45평 넓이의 사무실도 거저 준다. 얼추 계산해도 국회의원 1인에게 연간 6억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다. 더 기가 막힌 건, 단 하루만이라도 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면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공짜로 가져간다. 이런 식의 특권이 무려 200여 가지나 넘는다. 여기에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면책특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으며 정쟁을 일삼는다. 또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까지 있다.

▶이런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자들을 '김영란법'에서 뺀 건 분명 코미디다. 원내 1·2당은 틈만 나면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고 있다. 특권을 누리면서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고, 동시에 특권을 유지하려는 작태는 아무리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부정청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지역구 민원이나 각종 알선이 의원의 본업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헌법 제46조 각항들이 명시하고 있듯이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 개별적 민원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원을 핑계로 제46조 3항을 스스로 위반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부정부패는 오히려 국회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잖은가.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없다. 정기국회는 대략 100일 동안 열린다. 임시회의 경우 연 4회 정도 열리는데 회당 20일씩 했을 경우 총 근로일수는 180일이 된다. 그러면 1년에 특별활동비로만 약 564만원 정도를 더 챙긴다. 180일 일하고 '근무 외'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특별 활동비를 받으니 이게 ‘공짜 밥’이다. 이뿐인가. 정근수당, 일반수당, 가족수당을 받고 자신들의 간식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국회 내 한의원과 양의원, 체력단련실, 목욕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한의원과 양의원의 경우엔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특권을 누리는 자들에게 ‘공짜 티켓’ 특권을 용납하는 '김영란법'이 그래서 고약하다는 말씀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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