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 수필가
[아침마당]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열대야로 고통 받는 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가 우리를 춥게 만든다. 이른 새벽 옥수수 수확을 하러 시골 밭으로 달려갔다. 이슬이 내려 촉촉한 밭에 도착하니 허무하다. 이미 누군가가 많은 양을 거두어 갔다. 새들이 잘 익은 옥수수들을 먹고 간 것이다. 이삭줍기 하듯 뒷목을 열심히 수확해 차에 싣고 돌아왔다. 옛날 우리들 어릴 적엔 밭주인이 먼저 수확하고 까치밥이라고 남겨두면 새들이 먹었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돼 까치가 먼저 먹고 나머지를 주인이 수확한다.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 들어가면 물통으로 물을 날라다 뿌려준다. 아침 이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타들어가기 때문이다. 잡초 제거도 해줘야 하고 덧거름도 줘야 한다. 더위라는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성으로 길러내야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어렵게 길러낸 농산물이 전자파 같은 유해 조수의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즈음은 누가 주인인지 객인지 알지 못한다. 목소리 크게 내고 먼저 가서 차지하고 먹는 사람이 주인이다. 국익이 우선이냐, 국민이 먼저냐 하는 식의 다툼이 일어난다. 지역 주민도 아닌 제3자가 개입돼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사드 배치로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밀어붙이기식은 안 된다. 확실하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어느 지역이 결정됐어도 저항은 있다. 그러나 어디든 결정돼야 할 사안이다.

봄에 시골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 가봤다. 도착해서 보니 밭이 몽땅 파 헤쳐져 있었다. 멧돼지가 들어와 다 파먹고 없었다. 허망하다. 처진 어깨로 돌아와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멧돼지 밥 줬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남의 일이지만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른 봄부터 거름 주고 로터리치고 이랑을 설치해 비닐을 씌우고, 심고 물주고 정성으로 가꿔온 고구마인데 너무 쉽게들 생각한다.

내 일은 중요하고 남의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내 지역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멧돼지와 새가 중요하다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고구마와 옥수수가 더 중요한 것이다. 불로소득을 노리는 제3자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밭주인이 먼저 수확을 하고 남겨준 뒷목을 멧돼지와 새들의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 반사이익을 노리는 유해 조수는 퇴치돼야 한다. 정당하게 노력해 살아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상대를 불행에 빠뜨리며 자기 이익만 얻으려하는 제3자들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군청에 피해 신고를 했더니 포수가 배치되고 총을 들고 잡으러 왔다 갔다 한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유해 조수의 유해성과 사드 배치로 인한 전자파 유해성의 논란은 오늘도 끝나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둘 것인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심에 둘 것인가를 논란 해결의 기준으로 삼으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논란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가치의 선후를 가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것이 핵 위협이든 유해조수의 위협이든, 방지하는 지혜의 사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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